詩
낯선 당신이군요.
시린 바람과 단풍의 결을 닮아가는 손바닥.
하늘까지 맞닿을 듯한 허수아비들이
파수꾼처럼 당신의 외로운 손가락을 지키고 서 있겠죠.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름이기에 더 사무칩니다.
당신의 들숨과 날숨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웅크린 영혼들을 깨우고 지나가겠지요.
당신을 보고 싶어서
도리어 보지 않으려 눈을 감습니다.
눈망울에 내려앉은 백설이 너무 깊어서
푸른 바다의 심연을 닮아갈 거예요.
당신 속으로 침잠할수록
당신은 사라지고 내가 차오릅니다.
비로소 내가 내 앞에 서 있습니다.
거울을 버리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