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아래

Essay

by 김준완

전선 위로 새들이 앉아 있다
까악 까악, 슬픔 대신 울어주는 소리들

​통조림을 뜯는다
비린 꽁치 말고, 더 비린 김치가 그리운 날
도마 위 초록을 썰다 보면
부질없는 마음들이 손등 위로 흩어진다

​혜화동 뒷골목, 눅진한 기름 냄새가 스치면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던 아이가 있다

​아빠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나의 아빠였나 보다

​내일은 높은 하늘 말고
낮게, 아주 낮게
이 비린 땅을 스치며 날 것이다

​전선 아래,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산문] 낮은 비행

​비린 땅을 딛고서야 비로소 비행은 시작된다.

​손등 위로 흩어지는 초록의 무력감이나, 한 번도 울지 못한 아빠의 침묵 같은 것들. 삶은 비상(飛上)이 아니라, 전선 아래에 매달린 눅진한 기억들을 견디는 일이다.

​우리는 왜 자꾸 뒤를 돌아보는가. 혜화동 뒷골목의 기름 냄새 속에는 여전히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린 허기를 끌어안고 땅을 스치며 날기로 한다.

​가장 낮은 곳에서만 들리는 새들의 언어가 있다.
추락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날개 대신 생의 비린내를 선택한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