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감옥, 입체의 눈물

by 김준완

​공간 속에 서 있는 시간을
평면에 밀어 넣었더니,
털갈이하던 강아지는 날마다 털갈이만 반복하고
개미는 죽음을 감기처럼 가벼이 여기더라.


​시간이 빠져나간 입체의 방엔
매듭지어지지 못한 행위들만 흉터로 남는다.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은 허공에 박제되고
쏟아지던 찻잔의 물줄기는 낙하를 잊은 채
찰나의 각도 속에 영원히 고여 있다.


​중력을 뺏긴 사건들은 부피를 지우고
나아갈 곳 없는 발걸음은 제자리에서
아스팔트를 깎아내며 깊은 웅덩이를 판다.
공간은 이제 거대한 되감기 버튼,
결말을 도둑맞은 서사들이 서로를 갉아먹는다.


​나를 부르던 당신의 입술은
반쯤 열린 채 '안'과 '녕' 사이를 끝없이 표류하고,
우리는 서로를 만질 수 없어
단면뿐인 그림자 위에서만 서성거린다.


​그러나 그 정적의 지층 밑에서
죽음을 가벼이 여기던 개미 한 마리가
그어진 선(線) 밖으로 발을 헛디딘다.


​반복되던 강아지의 털 한 가닥이
바람 없는 방에서 예외적인 궤적으로 낙하하고,
당신의 멈춘 눈동자 끝에
납작하지 않은 눈물 한 방울이 맺힌다.


​평면의 중력을 거슬러 툭, 떨어지는 그 무게.
파열음이 정적의 배를 가르고
눌어붙은 2차원의 세계 위로
다시금 '부피'를 가진 슬픔이 돋아난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서로의 뒷모습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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