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공간 속에 서 있는 시간을
평면에 밀어 넣었더니,
털갈이하던 강아지는 날마다 털갈이만 반복하고
개미는 죽음을 감기처럼 가벼이 여기더라.
시간이 빠져나간 입체의 방엔
매듭지어지지 못한 행위들만 흉터로 남는다.
문고리를 잡으려던 손은 허공에 박제되고
쏟아지던 찻잔의 물줄기는 낙하를 잊은 채
찰나의 각도 속에 영원히 고여 있다.
중력을 뺏긴 사건들은 부피를 지우고
나아갈 곳 없는 발걸음은 제자리에서
아스팔트를 깎아내며 깊은 웅덩이를 판다.
공간은 이제 거대한 되감기 버튼,
결말을 도둑맞은 서사들이 서로를 갉아먹는다.
나를 부르던 당신의 입술은
반쯤 열린 채 '안'과 '녕' 사이를 끝없이 표류하고,
우리는 서로를 만질 수 없어
단면뿐인 그림자 위에서만 서성거린다.
그러나 그 정적의 지층 밑에서
죽음을 가벼이 여기던 개미 한 마리가
그어진 선(線) 밖으로 발을 헛디딘다.
반복되던 강아지의 털 한 가닥이
바람 없는 방에서 예외적인 궤적으로 낙하하고,
당신의 멈춘 눈동자 끝에
납작하지 않은 눈물 한 방울이 맺힌다.
평면의 중력을 거슬러 툭, 떨어지는 그 무게.
파열음이 정적의 배를 가르고
눌어붙은 2차원의 세계 위로
다시금 '부피'를 가진 슬픔이 돋아난다.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서로의 뒷모습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