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세상에는 차마 비명으로도 환치되지 못하고, 침묵의 껍질 속에 갇혀 곪아가는 시간들이 있다.
붉은 장미의 가시와 계란의 노른자가 결코 한 풍경 안에서 만날 수 없듯, 우리의 고통 또한 타인의 이해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제각기의 궤도에서 유령처럼 떠돈다.
어느 넋이 나간 여자의 검은 입술을 본 적이 있다.
그녀의 입술은 이미 생기를 잃어 거뭇하게 타버렸으나, 그 틈새에는 붉은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들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내뱉으려 할수록 스스로를 찌르는 말들, 혹은 삼키려 할수록 목구멍을 긁어내리는 생의 고통이 그곳에 고여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멈춰 세운 것은 그녀의 눈빛이었다.
툭 터지면 곧장 흘러내릴 듯 위태롭고 진득한, 달걀노른자를 닮은 그 눈빛.
그것은 생명이 품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고독이자, 안으로만 타오르는 태양의 잔해였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그 노란빛의 파동을 쉼 없이 뿜어내며 자신을 둘러싼 공기를 무겁게 장악하고 있었다.
인간은 극심한 가슴앓이를 겪을 때 비로소 비좁은 광장을 벗어나 자신만의 은밀한 성소(聖所)로 숨어든다.
그곳은 타인의 온기가 닿지 않는 서늘한 유배지이자, 오직 나만의 언어로만 번역되는 비논리의 세계다.
가시 돋친 입술과 노란 눈빛이 공존하는 그 기이한 방 안에서, 생명은 비로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하게 아플 권리를 얻는다.
결국 생명이란, 저마다의 가슴앓이를 재료 삼아 자기만의 세계를 건축해 가는 고독한 분투의 기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