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스스로 잠드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새벽마다 공원 숲길을 달린다
누군가의 평화를 조금씩 빌려 쓰며
목이 쉰 채로, 실성한 사람처럼
밤새 책장을 넘기고 눈을 감아보아도
가슴속 인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나 둘셋, 이름들이 부풀어 오르면
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잠이 오는지
잠드는 법을 배우기 전 약을 삼키고 一
꿈속에서 엄마의 엄마를 스쳐 지나간다
잊지 말고, 같은 것 안에서
다른 것으로 나아가라는 그 겁 없는 목소리
거울 앞에 서서 입술이 먼저 나를 부른다
미안해, 씨발놈아
내가 나여서 미안해
창문을 흔들던 비바람이 잦아들면
불 꺼진 행성 하나가 천천히 자전하듯
나는 나와 한 방에 남는다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믿어줄 때까지, 죽어라 나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