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일요일 오전 7시 14분.
천변의 공기는 이미 끝났다. ‘끝났다’는 건 밤새 붙들고 있던 희미한 희망이 완전히 증발했다는 뜻이었다.
차 안의 온도계는 21도, 시트는 아직 조금 차갑다.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이 낮은 첼로 음과 함께 반복되며, 스스로를 설득하듯 천천히 손바닥 밑으로 스며든다.
나는 브레이크를 조금 더 세게 밟았다. 신호등의 빨간불이 47초 동안 길게 늘어졌다. 차창에 반사된 내 얼굴 위로, 빛과 그림자가 흐른다. 시동음과 음악, 그리고 엔진의 미세한 진동이 동시에 귀를 두드린다.
휴대전화 화면이 자동으로 켜졌다. 블루투스 연결과 함께 알림이 기포처럼 올라왔다.
@void_walker · 1m
[오늘은 강이 빠르다.]
사진 속에는 흐르는 물만이 담겨 있었다. 인물은 없다. 덩어리 진 물살이 빛을 굴절시키며 어디론가 급하게 소멸하는 풍경. 나는 확대하지 않았다. 위치를 계산하지도 않았다. 화면을 통해 손가락 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만으로 충분했다.
초록불이 깜박였다. 나는 화면을 닫고 조수석 위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음악은 끊기지 않았다.
강이 빠르다는 말은 특별할 게 없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언제나 강은 평소보다 몸을 비워낸다. 나는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 좁고 습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바퀴가 젖은 아스팔트 위를 스치는 소리, 시동이 남긴 열기, 그리고 엔진룸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차 안 가득 스며왔다.
@void_walker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 내가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 가까웠다. 그녀는 상처를 발설하면서도 잠식되지 않고, 텍스트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내가 원고 위에서 비명을 지를 때, 그녀는 강물 속 속도를 재고 있다.
창밖 풍경과 액정 속 문장은 연결되지 않았다. 세계는 파편화되어 있으며, 그것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순간 비극이 된다. 나는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연결하지 않음으로써, 문장을 그저 하나의 현상으로 남겨두었다.
첼로가 낮은 현으로 방을 두드린다. 나는 골목 가장 깊은 그늘에 차를 세웠다. 시동을 끄자 차 안의 열기는 천천히 가라앉았다. 시트의 차가움이 피부를 스치고, 손목 위 혈관이 미세하게 뛰었다.
내일 오전, 나는 이 공허한 세계의 결말을 맺어야 한다. 강물은 빠르고, 내 문장은 아직 정체되어 있다. 나는 운전대에 이마를 기댄 채, 그녀가 던진 문장이 내 안의 둑을 무너뜨리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안부를 묻는 가장 세련된 방법은, 자신의 좌표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보는 풍경의 속도를 공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차 안은 여전히 어둡고, 조수석에서 점멸하는 휴대전화의 불빛이 마치 심해어의 초롱처럼 밤을 견디게 한다. 음악과 강, 그리고 작은 전자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한데 어우러져 내 감각을 조금씩 깨어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