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사형선고 : 청각

by 김준완


네가 입술을 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는 유배당한다.

추락하는 것은 언어다.
발음되지 못한 문장들이
네 목울대 아래 시체처럼 쌓이고,
나는 그제야 얼어붙은 진공의 주파수로
너를 듣기 시작한다.

고막 속으로 침입하는 것은
울림이 아니라 진토(塵土)다.
네 숨결이 할퀴고 간 공기의 미세한 균열을 채집하다가,
고요 아래 드리워진 적막의 무게에
내 청신경은 번번이 끊긴다.

이곳엔 메아리가 살지 않는다.
들리는 것들은 모두 칼날이 된다.

가장 투명한 고요로
너의 가장 은밀한 박동을 훑어 내릴 때,
청력은 매끄러운 정적 위를 긋는 비명이다.

귀를 막아도 너는 지워지지 않는다.
달팽이관 깊숙이 낙인찍힌 네 환청이
붉은 맥박으로 요동치며
나의 허무를 전염시킨다.

이제 나의 귀는
바깥을 듣는 통로가 아니라,
너라는 무음(無音) 속에
스스로 침몰하는 심해(深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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