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준완

보랏빛 골목을 건너 당신에게 갑니다


그대가 고인 자리가 하필 봄이어서

나는 자꾸만 색의 밑바닥을 뒤척입니다


당신의 살결이 온통 보라라는 걸 알기에

가장 낮은 발치부터

제비꽃이 멍처럼, 눅진한 풀물로 번져 나갑니다


어느 결에 차오르고

어느 틈에 바스러지는지

그 결마다 손을 넣어 보고 싶어서

나는 오래도록 골목의 낮은 그늘이 됩니다


담벼락 위로

노란 낮달의 가루가 흩어지고

제비꽃 몇 송이

그 달큰한 그늘 속에서

조용히 봄의 입술을 베껴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