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생성

by 김준완


​고양이의 눈을 내 눈에 담으려던 찰나
입안에 먼저 넣고 끝없이 굴리는 일이 발생한다
혀끝에서 만져지는 건 응시의 잔상인가,
아니면 아직 뱉지 못한 비명인가

​그보다 훨씬 전
바다가 말도 없이 방을 들이닥쳐
수면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눈은 죽음을 응시하고 있었다

​질긴 인과를 꿈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삶을 180° 뒤틀린 G#까지 팽팽하게 감아올린다
끊어질 듯 날카로운 진동 속에서만
햇살을 뚫고 노루가 지나는 일이 잦아졌다

​이제 우연이 나의 논리가 된다
펜이 스스로 입을 열어 말하고
니체를 쥐고 있던 팔은 근육의 기억을 버린 채
투명한 허공의 입자로 편입된다

​신이 내려와 나의 딥(deep)함을 훔쳐본다
창조보다 깊은 이 비정형의 세계를 닮고 싶어
내 발치에 엎드려 법칙을 묻는다

​나는 답한다,
모릅니다

​모름이 나의 유일한 신성
설계도 없는 발생이며 목적 없는 생성
나는 나를 닮으려는 신의 눈동자를 입에 넣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우연을 굴린다

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