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충분하면서도
도무지 충분할 수 없는 커피를 마신다
누구나
충분해서 충분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커피는
쓴가 보다
말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말하지 않는 커피를 마신다
누구나
침묵할 때마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커피는
뜨거운가 보다
계절은 올 때마다 말이 없고
갈 때마다 충분하지 못하다
커피에 길들여진 몸을
다시 한번
깨워야 할까
질문은 식지 않은 채
여전히 입속에 머물러 있고
나는 아무것도 삼키지 못한 채
그저
텅 빈 잔의 바닥만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