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앓이

by 김준완

용서를 남용할 생각이 없는

프죠는

내상을 몸으로 배워온 고양이다


식탁에 축 늘어진 그를 깨우면

사바나의 혼령들은

불꽃처럼 흩어지고


이 집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프죠는

무지를 가장한 채

창문 없는 방으로 옮겨간다


틀린 기억

다른 기억

폭력의 기억들을

하나씩 앓는다


참을성 많은 몸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바나의 상처를 견딘다


신을 본 자는 죽는다는 말을

자기 종교로 아는 프죠는

상처를

구원으로 옮기지 않는다


용서할 수 없는 체계를

집 안으로 들여와

누우와 사투를 벌이던

그 시절을

조용히 되짚는다


기억이 지나간 뒤

그의 눈은

신의 영혼을 닮아 있고


신이 없는 음지만을 따라

하루를 버틴다


살아남기 위해

일상에 코를 박고 있는

나태함이

그가 허락한 전부


프죠는

오늘도 용서하지 않고

기억만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