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저 서늘한 무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라
마음의 소음이 멎을 때
눈을 감아라
그곳엔 풀을 뜯던 사자가 있다
사자가 당신을 통째로 삼키는 순간
당신은 찰나에 사자가 된다
그날 이후
당신은 아파트 23층 옥상을 서성이지 않으며
창문에 박제된 연인의 눈동자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우물에 빠진 돼지의 비명을 잊어라
역사를 지우고 새로운 태양을 조각하라
사자가 된 당신이 허기를 느낄 때
더는 풀을 뜯지 말고
에스프레소 한 잔의 검은 침묵과
카프카의 551페이지를 넘겨라
하늘 위, 그 너머의 하늘마저 지워질 때
죽은 자는 살지 않고
산 자는 죽지 않는
오직 당신만이 통치하는 세계를
선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