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무화과 향이 짙어질수록
여름은 제 이름을 잊고
초록 속에 숨어드는데
나는 여전히
당신이라는 계절에 갇혀
마른 입술을 축일 곳이 없습니다
닿지 않는 마음은 자라
꿈속의 기린처럼 목이 길어지고
나는 그 서늘하고 높은 목덜미를 핥으며
당신이 남기고 간 온기를
흉내 냅니다
무화과 껍질 속 붉은 속살처럼
내 그리움도 밖으로 터지지 못한 채
안으로만 익어 짓물러가는데
당신의 다정했던 마음은
지금 어느 하늘 아래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고 있나요
나의 여름은
이토록 목이 말라
자꾸 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