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장미 숲

essay

by 김준완


​새의 날카로운 부리를 당신의 입술에 묻어 두었던가요. 기억의 갈피마다 맺힌 그 감각은 때로 섬뜩하고 때로 지독하게 감미롭습니다. 창밖에는 당신의 손처럼 고운 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계절의 윤회를 재촉합니다. 그러나 내 안의 계절은 아직 그 자리에 고여 있습니다. 취기 어린 자연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아찔하게 흔들리는 이 아침, 나는 당신이라는 열병을 다시금 앓습니다.


​당신의 두툼한 입술과 고즈넉한 가슴이 그리워질 때마다 나는 습관처럼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립니다. 고압의 열기로 짜낸 검은 액체는 목덜미를 타고 넘어가며 심장 근처에 뜨거운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 열기 속에서 나는 자문합니다. 이 거칠고 메마른 생의 한복판에서, 진정 심장이 아름다운 사람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문득 눈을 감으면 환상처럼 기린의 보라색 목덜미가 손끝에 닿습니다. 비현실적인 색채를 어루만지며 미지의 통로를 지나다 보면, 결국 내가 도달하는 곳은 저 심연 밑바닥의 장미 숲입니다. 가시 돋친 아름다움이 빽빽하게 들어찬 그 숲에서, 나는 알 길 없는 방언들을 쏟아내며 속절없이 허우적댑니다. 사랑이란 결국 타인의 언어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갈망만을 소리쳐 부르는 고독한 찬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당신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나의 방황이 헛되지 않도록, 내가 마시는 이 쓴 잔의 끝에 당신이라는 위로가 놓여 있도록 말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워야만 비로소 세상 모든 것이 그 존재의 의미를 얻고, 온전한 빛을 내뿜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나는 당신이라는 필연적인 아름다움에 기댄 채, 심연 속 장미 향기에 취해 아침을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