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살아가다 보면 마음속에 정체 모를 도깨비 한 마리가 들어앉을 때가 있다.
그놈은 형체도 없이 달아나다가도, 어느새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장난을 건다.
붙잡으려 하면 안개처럼 흩어지고, 외면하려 하면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을 남긴다.
우리는 그 혼돈을 견디기 위해
흩어진 순간들을 한 줄로 꿰어
이야기라는 목걸이를 만든다.
나의 도깨비는 지금 머리카락 사이를 헤엄치고 있다.
머리카락은 내 무의식으로 통하는 가느다란 수로였다.
그가 그 사이를 스칠 때마다
뒷덜미에는 미세한 물결이 일고
가라앉아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그것은 논리도, 예언도 아니다.
아주 사소하고 뜻밖의 것들이다.
도깨비가 건져 올린 조각들은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끌리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하나의 장면을 남긴다.
고양이의 눈빛.
수만 가지 문장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던 찰나는
그 투명한 눈동자 속에 가만히 머문다.
황금빛 혹은 비줏빛의 작은 소우주 안에서
우연과 필연이 천천히 흔들린다.
나는 이제 달아나는 도깨비를 붙잡지 않는다.
그가 남기고 간 물기 어린 흔적과
그 눈빛을 오래 바라본다.
도깨비가 잠시 헤엄을 멈추는 순간,
나는
조금 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