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없는 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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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집을 나간 날부터
시간과 공간은 서로를 유혹하던 오브제를 그만둡니다
빈 밥 그릇은 오래 마른 소리를 냅니다
창문은 이유없이 흔들리고
복도는 조금씩 길어집니다
소파의 자리는 천천히 식어가고
나는 이름을 부를 대상이 사라진 방에서
불필요하게 걸음을 세어 봅니다
밤이 깊이도
발소리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집 나간 고양이는
꿈 속에서 들꽃을 꺾고
지나가는 달팽이와 농구를 합니다
깨어나도 꿈은 끝나지 않고
꿈속에서도 집은 비어 있습니다
집은 점점 가벼워지고
나는 그 무게를 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