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풍뎅이 문신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굴속에 누워서 천천히 귀를 접고 마지막 해와 달을 가슴에 심으며 고독한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혈기 왕성하던 날, 누가 내게 이 감기를 옮겼는지 알아내려고 잔인한 신을 나무아래 묻을려고 했던 무모한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전입니다.
젊은 날은 늘 그림자가 내 뒤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발걸음마다 어둠은 번져 사방이 벽처럼 느껴지고, 손끝에 닿는 공기는 갈수록 차가워지고
내 심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안절부절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삶이 그렇게 고단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희미하게나마 인생이란 것 자체의 아픔이,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이 제 심장 어딘가에 새겨져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개인적인 아픔이 아니라 인생이란 것 자체의 아픔 말이죠
쓸 수 있는 단어들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할 수 있는 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더 귀해지고, 자연은 시간 속에서 더 선명해져 갑니다.
나와 세상의 싸움에서, 세상 편을 들 용기도 생겼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길을 가는 게 인생이라고 고백한 줄 아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자생한 것만큼 온전한 것은 없다고 달팽이를 보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내는 하루입니다
낡은 슬리퍼 끌고 동네 골목 한 바퀴 돌아오는 하루이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