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일어나지 않은 일들

by 김준완



벽장 속의 당나귀는
단풍나무 숲을
찾아 나설 결심을 한다

당나귀의 결심과 단풍나무 숲은
달빛 아래 오줌 누는 노루를
본 적이 없다

벽장 안에는
달처럼 풀 냄새나는 겨울이 있고
그 냄새 앞에서
당나귀는 벽장을 떠나지 않는다

단풍나무 숲은 자지러진 바람에
당나귀의 결심을 모른 체
치장을 지우고
늙은 누이의 배꼽을 향해
이동할 준비를 한다

노루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숲을
탐색한다

누이의 분 냄새로
채워진
숲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