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발작

by 김준완


늦가을 홍시가 까치를 보고는
까무러치듯 붉게 물들었다

허공에 박힌 녹슨 못 같은 나무 끝에서
말라가는 수액을 모아 짜낸 마지막 안간힘
까치의 날갯짓 소리에도 가슴이 툭, 내려앉아
검붉은 속울음이 껍질 밖으로 번져 나온다

누군가의 허기를 채워야 끝내는 계절
제 몸 하나 온전히 허물어 뜨겁게 건너고 나면
시린 하늘 아래 남는 것은 질긴 꼭지뿐

기다림은 이미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져
비명처럼 땅으로 쏟아지기 전
가장 처절하게 타오르는
붉은 소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