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신

by 김준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눈꺼풀이
지다 피다를 되풀이하는 꽃잎과 무엇이 다를까요
죽음 앞에서는 그저 식어가는 온기일 뿐
계절을 몇 번이나 순환하여 당신 주위를 공전하지만
나는 한 번도 당신의 대기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나를 일 분짜리 쇼츠처럼 꺼내 볼 뿐입니다
흥미로운 프레임이 끝나기도 전에
무심한 검지가 나를 화면 밖으로 밀어 올립니다
나는 머물 곳을 잃고 다음 화면으로 휘발됩니다

알 수 없다는 사실만을 명징하게 기록하는 밤
당신 앞에 살고 싶은 허기와
결코 섞일 수 없는 기름 같은 마음이
내 안에서 비릿한 생을 이어갑니다

당신은 늘 풀 수 없는 문장만 던져주고
파도가 얼어붙는 겨울 바다로 퇴장하지만
나는 당신이 흘린 마침표 하나에 발이 묶여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합니다

당신은 내가 차마 무너뜨리지 못한 마지막 성벽이며
나를 가둔 채 열쇠를 건네지 않는
가장 고요한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