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來 面 目

essay

by 김준완


본래 존재하지 않는 이전의 나로 돌아가려고 신발을 벗었다.
회귀할 곳이 없었고, 딱히 도착할 곳도 없었다.
감각이 태어나기 전, 나는 내가 아니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발바닥을 타고 흐르던 냉기가 증발한다
기어이 도착한 곳은 죽음조차 상륙하지 못한 진공의 영토
이곳에선 '나'라는 문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기억의 파편들이 각막 뒤에서 건조하게 바스러진다.
비명도, 환희도, 탕진한 시간의 무게도, 이름 없는 무의 질감 속으로 함몰된다.
돌아갈 집이 없으므로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마침내 선명해지는 것은 지독한 정적뿐
나는 한 번도 시작된 적 없는 태초의 적막으로 침잠한다
끝낼 '나' 조차 남지 않는, 저 광활한 영원 속으로.

죽으러 갈 곳도, 아무것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