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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y 25. 2021

1963년으로부터의 온고지신 -2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디자인 비전

"과거를 통해 미래를 연결하고, 나아간다." 


현대모터 스튜디오 방문을 마치고 난 후의 감상이다. 앞서 소개했던 고려제강과 F1963에 담겨있는 와이어의 연결적 가치와 온고지신에 대한 자세가 이 전시장의 스토리 전개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어 있다. 입장을 하게 되고 우리는 전방으로 펼쳐진 동선을 따라 전시장 내부를 이동하게 된다. 이는 과거부터 미래로 나아가는 설정된 방향성 아래에서 다양한 설치물들이 주는 메세지와 직접적인 체험이 더해지며 새로운 경험이 된다.


대기중인 전문 가이드(guru)분들로부터 상세한 설명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필자는 일반 워크인으로 들어가 관람하였고, 예약을 통해서도 약 30분에 걸친 풍성한 가이드 투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확실히 설명을 통해 아는만큼 잘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마치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박물관이나 예술품들을 감상하는 것과 하나의 정보라도 알고 있는 것의 차이처럼 말이다. 지금부터 그 경험들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려제강을 대표하는 와이어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크리에이티브 월(Creative Wall)


전시공간은 첫 번째 사진에 보이는 건물의 계단을 따라 입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조금 더 앞으로 이동해보면 특별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미래 비전을 담은 미디어 아트이다. 영국의 매트 파이크 (Matt Pyke)가 설립한 Universal Everything의 작품들이다. 디지털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전문 아트 그룹이며, 이들은 인간의 형태와 움직임에 대한 탐구적 작업으로 우리의 경험을 확장시켜준다. 인간을 주제로 그려내는 영상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에 독특한 시각효과를 엮어 풀어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입장하기에 앞서 전시 전반의 주제를 간단히 파악하면서 눈으로 즐기기에도 좋은 전시물이었다.


Tribes, 2018
Run Forever, 2021

안내 데스크 & 샵


계단을 통해 입장한 후 오른쪽을 돌아보면 안네데스크와 샵이 위치해 있다. 천장이 높아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고 통유리로 된 외벽 덕분에 채광은 매우 좋은 편이다. 전체적인 컬러톤은 그레이로 깔끔하게 떨어진다.


샵에서는 지속성(Sustainability)이라는 미래비전을 반영한 컨셉의 글로벌 디자인 제품들이 큐레이팅되어 판매되고 있다. 친환경이나 재생 관련된 개념부터 부산의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심미성까지 다양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또한 전시 테마와 연계된 전시 굿즈와 현대모터스튜디오 브랜드 아이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Reclections In Motion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전시는 총 6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앞으로 이동하며 순차적으로 감상 및 체험이 가능하다. 우선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름에 포함된 Reflection 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 맥락이다.


1. 디자이너가 디자인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서 생겨난 관점을 반영하여 새 것을 창조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사회, 경제, 정치, 자연 등과 관련된 현실적 현상들이 반영되기도 한다.

2. 방문객들이 작품들과 상호작용하는 움직임을 반영하며 현재의 현상을 비추는 예술적 경험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대자동차는 이 전시를 통해 방문객들이 '반영'에 대한 의미를 묻고,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성 아래에 디자인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의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성을 잘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픽셀(pixel)을 사용하였는데, 과거의 2D 픽셀부터 미래의 3D 픽셀로 발전하는 것을 자동차의 변화 과정에 적용시킨 흥미로운 전시 스토리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Heritage Series - Pony (과거)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포니 쿠페 컨셉카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인의 시작에 있어 큰 방점을 찍은 상징성이 있다. 특히 오래된 유리의 이미지와 LED를 결합하여 과거 유산의 상징성을 현재의 감성을 통해 재해석한 모습을 전시장에서 직접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전면부 헤드라이트는 1970~80년대의 픽셀과 8비트 그래픽을 테마로 오마주 하였다. 바닥면에 보이는 패턴은 흑백에서 시작하여 색깔과 움직임에 다채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픽셀 변화의 여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Color & Light


색깔은 우리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특정한 공간에서 보여지는 색의 조화는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한 빛을 통해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열고 닫을 수 있다. 특히 브랜딩에 필요한 색감, 질감, 배치 등의 중요하고 복합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개성을 드러내는 일이다. 가까운 미래 혹은 도시들이 어떤 색깔을 갖추고, 그 안의 개인들은 어떤 모습을 드러내며 서로를 비추거나 반영할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번 전시파트는 여러가지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훌륭한 시각적 조화 속에 반사되는 우리의 실제적 모습을 투영시킨다. 



과거로부터 미래를 바라보고 연결하는 매개체가 픽셀이라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사진에서 보이는 형형색색의 픽셀 집합(원판)들을 지나는 우리가 바로 미래를 향한 변화의 길 위에 서있는 것이라는 설정과 기획의도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픽셀 모양을 형상화한 의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Meterial


단순히 이동수단으로써의 자동차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오늘, 우리가 자동차에게 기대하는 가치들 중 하나는 잘 디자인된 하나의 생활 공간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대자동차는 지속 가능한 소재의 활용을 중요하게 여긴다. 코로나 이후 공간에 대한 개인의 인식이 깊어지고 공간 꾸미기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동차 내부 역시 개인이 직접 커스터마이징하여 나에게 보다 완벽한 공간이 되게끔 만들 수 있다. 좋은 공간은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재료'라는 이름의 전시 파트는 실제 자동차 제작에 쓰이는 재료들과 관련된 설명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재료들을 직접 선택하면 만화경을 통해 확대된 재료의 디자인적 독특함이 앞쪽 스크린에 드러난다.



Prophecy (미래)


예언이라는 뜻의 프로페시, '인간과 자동차 사이의 감성적 연결과 낙관적인 미래'라는 디자인 컨셉이다.

현대자동차의 최신 디자인 철학인 감성적 스포티함(Sensuous Sportiness)를 적용하여 미래 전기차 디자인 방향성을 담은 컨셉카가 눈에 들어온다. 공력 성능 극대화를 위한 유선형의 차체와 실루엣 덕분에 마치 해변가의 조약돌 같은 느낌도 든다. 이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캣워크


2층에서의 전시를 모두 둘러보았다면 3층에서는 지나왔던 공간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동선으로써 캣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F1963의 고유한 인테리어 소재인 와이어가 곳곳에 사용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Media Strings


"만드는 게 무엇이든 간명하게 이해되는 작품이기를 바란다. 

나는 최대한 쉽게 그린 그림을,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설계를 통해 실현한다.

이런 특성은 본디 예술이니 기술이니 이름 붙여 구분하지 않는다"              - 목진요 작가노트


컨셉카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입구와 출구로 표시된 숨은 뒤쪽 공간이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목진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인간 중심의 철학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공간 경험의 가치를 전달하려는 의도이다. 감상 포인트는 시각과 청각 두 가지로 나뉜다. 작은 LED가 달린 와이어들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고 줄의 길이가 조절되며 전체적인 모양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구조물들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순수한 기계음과 현악4중주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청각적 경험이 제공된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감성적인 스포티함을 담아내고자 노력한 또 하나의 창조물이 된다.


michael's Urban Farm Table


전시공간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에는 블랙 컬러 위주의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의 어반팜테이블 레스토랑이 위치해 있었다. 농장과 고객을 요리를 통해 이어준다는 컨셉의 캐주얼 다이닝 공간이다. 특히 부산의 제철특산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F1963의 다른 공간들이나 해당전시를 둘러본 후에 식사로 마무리를 해보는 것도 꽤나 괜찮은 여정이 될 것 같다.




장소: 현대모터스튜디오 / 디자인 체험공간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현대 모터스튜디오

운영시간 : 10:00 ~ 20:00(매월 첫째주 월요일, 신정,설날,추석 당일 및 익일 휴관)

문의전화 : 1899-6611 (ARS 4번)

홈페이지 : https://motorstudio.hyundai.com/busan/ln/main.do?strgCd=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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