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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y 30. 2021

1963년으로부터의 온고지신 -3

YES24가 우리의 기억에 남는 방법

일반성을 벗어나다


서점 혹은 중고서점이라 하면 필자의 경우 규모가 큰 대형서점이나 지하의 작은 동네서점이 떠오르곤 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비교적 차분한 조명과 인테리어를 느낄 수 있고, 영세한 개인서점의 경우 좁은 복도와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을 볼 수 있다. 물론 몇몇 인기 있는 개인서점을 가보면 감각적인 공간 분위기와 잘 큐레이팅 된 책들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여하튼 서점 운영의 목적 중 하나는 책의 판매이고, 고객이 책에 집중할 수 있다면 본질적 기능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그러나 공간 방문의 차원에서 기억에 남는 서점들은 사실상 부족한 편이었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이번에 방문했던 YES24 F1963점은 경우가 달랐다. 공간이 가지는 고유한 개성 덕분에 필자의 기억에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고, 그 스케일을 아우르는 확실한 존재감은 색채와 무게감의 변주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우선 입구로부터 시작되는 동선을 차근차근 밟아보도록 하겠다.


개조된 공장의 외벽 모습이다
매장이 위치한 부산 수영구의 지도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크레마 단말기 체험존


천장과 바닥에 기존 공장의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조명과 어우러지며 전체적으로 누렇고 낡은 듯한 질감이 나타나는 연출에서 그 의도가 돋보인다. 

오래된 공간을 개조하여 전달되는 매력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곳만의 고유한 얼굴로 각인된다.


테라로사 본관과 더불어 서점 내에서도 운영하는 시스템이지만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하지 않는 듯 하다.

붉은 무게감


필자의 기억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있는 인상은 바로 아래의 사진에서 드러나는 빨간색의 구조물이다.

노랑 계열에서 어두운 빨간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은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독특한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위쪽으로 곧게 뻗어 있는 수직성으로부터 묵직하고 낯선 무게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설계의 목적은 서점의 내부에 ㅁ자 형태로 이루어진 구조물을 기둥과 와이어로 고정시켜 위층 공간들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공간 안의 공간을 빨간색 외벽 안에 숨겨놓아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겉면에 설치된 와이어들은 F1963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구조물의 밑에서는 낮은 천장이 공간을 반사시키며 드러나는 독특한 시각효과를 볼 수 있다.
외부의 빨간색과는 반전되는 매끈한 회색 질감의 내부 벽면이 보인다.


이어서 2층으로 향해본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만든 계단 대신 긴 동선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배치되었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넓은 공간을 둘러보며 시각을 환기시키려는 의도 이리라.


코르크와 비슷한 패턴과 질감이 돋보이는 기물들을 사용한 2층의 모습이다.


신비스러웠던 인상을 풍기는 외부와는 다르게 구조물 안쪽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뷰는 색감과 공간감에 있어서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중앙에 배치된 식물은 2층까지 거칠 것 하나 없이 높은 키를 과시한다. 뚫린 중앙 공간의 수직성을 보강하며 인공적인 소재들로만 이루어진 장소에 생명력을 더한다.





단지 서점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걸어 들어오는 구간은 옛날 공장에 배치된 책의 통로였고, 중간의 붉은 구조물은 이(異)세계에 온 듯하였다. 안쪽에 들어서고 나서는 깔끔하고 높은 공간이 숨겨놓은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반전의 국면이 연속적으로 추가되는 이 곳은 단순한 서점 그 이상의 공간적 가치를 갖는다.

서점의 전형성은 잘 지키면서도 쉽게 볼 수 없을 법한 감각적인 디자인을 잘 조화시킨 훌륭한 이 공간을 여러분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장소: YES24 중고서점

주소 :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 길 20, F1963 내

운영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9시) / 설(음력), 추석 당일 휴무

연락처 : 1566-4295


** 활자 인쇄 프로세스부터 최신 기술의 전자책에 이르기까지 책과 출판에 관련된 정보를 과거부터 현재, 미래에 걸쳐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중고서적을 매입하는 바이백 서비스, 어린이 전용공간 키즈존 등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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