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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May 17. 2021

1963년으로부터의 온고지신 -1

F1963이 전하는 보존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



이미지 출처: F1963 홈페이지 리플렛


앞서 리뷰했던 고려제강 기념관 바로 옆에 위치한 공장은 1963년에 설립되어 2008년까지 약 45년간 와이어 생산을 담당했다. 이후 공장 설비를 이전하게 되고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를 위한 새단장을 계기로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현재까지 잘 해내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2018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의 업적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우선 내부 공간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F1963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하기 위하여 몇 가지 특징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세 가지 건축적 방법


1. 보존하기 : 그대로 쓰기, 재활용하기

F1963은 기존 와이어 공장의 형태와 틀을 그대로 보존했다. 새롭게 채워질 공간의 사용 목적과 특성에 맞게 재창조하여 재생건축의 성격을 갖는다. 옛 것을 보존함으로써 활용 가능하게 했고, 오래된 것들에 새겨진 시간과 기억을 없애는 대신 창의적 재해석을 택했다. 이는 미래를 대하는 주체적인 변화의 가치로 읽힌다. 재생을 통한 건물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려는 조병수 건축가의 철학이 엿보인다.



2. 잘라내기 : 중정, 전면 파사드

F1963은 오랜 시간을 두고 덧붙여지며 지어진 공간이다. 넓은 평면의 중간 부분에 실내 공간을 추가하는 대신 오히려 잘라내어 야외 중정을 만들었다. 물과 식물로 조성된 중정을 통해 시각적인 환기와 생명력 넘치는 채광이 이루어지도록 의도하였다. 아래의 사진과 같이 얕고 넓게 깔린 물을 볼 때면 항상 이색적인 평온함이 감돈다. 자연 친화적인 공간 안에서 숨을 다시 한번 고르고 넘어가게 되는 고요한 과정이다. 


도심 속의 친환경과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한다

3. 덧붙이기 : Blue Fabric (Expanded metal)

공장 건물 전면의 벽체를 잘라내고 유리로 된 입구를 설치했다. 추가적으로 파란색 익스팬디드 메탈을 덧붙여 건물들 간의 연결성을 부여했다. 푸른색의 색감은 배경이 되는 하늘과 공통성을 보인다. 중정과 마찬가지로 자연과의 연결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듯하다. 이렇게 옛 자취를 활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도약하려는 시도는 꽤나 성공적으로 보인다. 옛 공장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바닥은 잔디와 어우러져 조경의 기능을 더한다.



공간의 컨셉 "네모 세 개"


네모 1. F1963스퀘어는 세미나, 파티, 음악회 등의 모임을 위한 공간이다. 원래는 공장의 내부였던 곳이고, 천장을 과감히 걷어냄으로써 열린 하늘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건물 내부에서만 볼 수 있는 외부 공간인 셈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상업공간들의 테라스와 이어지고, 사람들을 가운데로 모아 교류를 갖게 하려는 목적성을 갖는다. 여기서도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연결의 가치가 드러난다. 땅과 하늘이 맞닿아 있는 환경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연결된다. 고려제강이 우리에게 열어 놓은 가능성의 공간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F1963 홈페이지 리플렛

네모 2. 스퀘어를 둘러싼 쉼의 공간으로 스페셜티 커피샵, 체코 비어펍, 전통 막걸리 테마의 다이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라로사, 체코 993, 복순도가가 입점해있다.)


네모 3. 전시장, 도서관, 서점 등 다양한 문화예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세 가지 길


메인 공간으로 통하는 매력적인 통로는 총 3개이다. 아래의 그림에 핑크색 원으로 표시해놓았다. 방문 당시에는 1번에 위치한 입구를 통해 들어갔으며 내부 공간을 먼저 둘러본 후에 2,3번 통로를 발견하였다. 접근하는 위치에 따라서 제각기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F1963 홈페이지 리플렛



1번 입구

좌측에는 온실, 중정, 도서관 / 우측에는 원예실과 카페 / 정면에는 전시공간과 YES24 중고서점이 있다.

메인 파사드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아늑하고 잘 정돈된 뒤뜰로 들어오는 느낌을 준다.




2번 입구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동선으로 탁 트인 하늘과 함께 익스펜디드 메탈의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진다.

양갈래 길과 건물 내부로의 입구가 보이는 위치로 자유롭게 선택하며 둘러볼 수 있는 환경임을 알 수 있다.



3번 입구

곧음, 유연함이라는 와이어의 속성을 닮은 대나무로 긴 숲길을 조성하였다. 이름은 소리길,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 잎의 소리를 들으며 걸으라는 의미일까? 녹음이 짙은 숲길과 뒷 뜰은 앞서 보았던 중정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도심 속 친환경 공간이 된다.


이렇게 F1963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가치와 컨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마쳤다. 다음 글부터는 직접 방문했던 공간들(현대 모터 스튜디오, YES24 중고서점, 테라로사)에 대해 자세히 리뷰하는 내용으로 이어가겠다.



장소: F1963 / 복합문화공간

주소: 부산 수영구 구락로 123번 길 20

운영시간 : 매일 09:00 - 21:00

문의전화 : 051-756-1963

홈페이지 : http://www.f1963.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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