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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Nov 12. 2021

초록색 신선함의 별

스마트팜의 창의적 포지셔닝, 식물성

1957년 덴마크에서 인공광을 사용한 식물공장 개념이 고안된다. 이어서 1960년대 미 항공우주국은 식물공장 기술 핵심 안건 중 하나로 상정한다.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들에게 식품을 조달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스마트팜으로 이어지는 효시적 사고이다.


미래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과거 비행사들의 처지는 어쩌면 우리의 미래 모습과 같을지도 모른다. 미래 인류의 보금자리로 간택된 화성을 향해야 한다면, 이동과 개척의 과정에서 안전하고 지속적인 영양공급필요해질 테니 말이다.


최근 국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양상추 공급 차질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고랭지의 배추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브라질이 원산지였던 패션푸르츠는 충청지방에서 재배 중이다. 열대작물이 국내 시장에서 하나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 것이다.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한파와 작물 재배 한계선의 북상에 기인한 현상들이다. 농가의 피해규모는 급진적으로 늘어나고 취급하던 기존 작물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10년 OECD 주요국 식량자급률 수치에서 한국은 매우 낮은 순위를 보인다. 곡물 등의 식자재 수입 의존도는 현저히 높다. 이렇듯 생태계 영역 전반의 변화와 자급능력 부족은 농업과 요식업 시장에 난항을 예고한다. 우리의 일상과 식단 역시 문제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안정적인 농작물 재배 환경과 균일한 품질 생산 능력이 각광받는 시대이다. 따라서 급진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로 스마트팜이 대두된다. 보통 B2B의 관계로 사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 4월 스마트팜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가까이하려는 시도가 도산공원 근처의 한 공간으로 구현되었다. 이름은 식물성 도산, 스마트팜 회사인 엔씽이 모체가 되어 운영 중인 쇼룸 및 카페이다. 당면한 기후 위기에 대한 새로운 적응의 메세지로써 수경재배 먹거리를 제안한다. 또한 창의적인 브랜딩과 공간이 돋보인다. 식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중한 문제의식 위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곳이다.



지구와 화성 사이 신선함의 별


브랜드의 주장이 담긴 컨셉 문구이다. 식물성의 '성'은 성질이라는 뜻이 아닌 별 성(星)을 차용한다. 해당 공간에 별이라는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이다. 세상을 먹여 살린다는 비전을 가진 엔씽의 기업 미션은 2050년 화성에 농장을 건설하는 것에 있다. 인류가 대체 환경으로써 선택한 화성으로 향하는 과정에 있어 중간 목표지 식물성을 위치시킨 것이다. 생산 중인 채소의 신선함과 브랜드의 지향점을 담아낸 컨셉이다.


대표 외식업 상권 중 하나인 도산공원 일대에서 식물성은 꽤나 신선한 포지셔닝을 택했다. 사용된 폰트와 색감, 이미지 등을 보았을 때 디지털 게임 혹은 미래를 그리는 듯한 분위기가 녹아들어 있다. 특히 재밌는 점은 별과 같은 신(新)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화성에 굴러다닐법한 돌을 배치한 것이다. 스테인리스 재질과 반사되는 빛을 활용한 연출은 우주선에서나 볼법한 표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은 움직임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끌어당겼던 부분은 작은 움직임이다. 테이블 스시 바 시스템과 같이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여 식물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수경재배 중인 바질 등과 더불어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 제품들이 플레이트 위에 올려져 있다. 보통의 카페에서는 정지된 공간과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움직인다. 반면 이곳에서는 내부 구조의 일부와 물건들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보는 이의 시선을 숨겨진 의도를 상상하게 만든다.



가까워진 스마트 농장


매장 내부에 모듈형 수직농장을 설치했다. 쇼룸이라는 목적과 기능에 맞게 스마트팜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Iot 기술을 적용해 자동화 로봇이 관리하는 등 재배 환경을 안정적으로 조성 및 유지한다. 푸릇한 생기가 도는 작물의 성장과 재배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 주어진다. 바람에 날리는 작은 잎사귀들을 보며 생명의 연약함에 대해 생각하고, 이어서 잠시 풀 멍도 때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수경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작물들은 포장판매뿐 아니라 카페의 메뉴로도 활용된다. 특히 국내 미쉐린 셰프와 협업하여 만든 바질 소르베를 판매한다. 먹거리 제안의 가치 전달에 있어 맛의 요소까지 동시에 잡아내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컵과 접시에 담겨 제공되는 음식들은 단순한 취식물을 넘어 그들이 제시하는 방향성형태이다. 또한 우리에게 요구될 새로운 변화와 적응의 용량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이전까지 보았던 스마트팜은 일상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따금씩 지나칠 뿐인 지하철역에 설치된 작은 메트로 팜 정도를 본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식물성의 창의적 브랜딩은 최근 유행하는 수준 높은 공간 창업의 흐름과 결을 같이했다. 대중의 인식 속에 확실한 접근으로 자리매김한 사례로 평하고 싶다. 만약 브랜드의 가치를 전혀 모른 채 독특한 카페를 방문한 경험이 될지라도 문제는 없다. 미래 먹거리와 공간이 주는 이점을 소비하는 분명한 효용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떠한 경험으로든 관계는 맺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익숙함의 영역에서 그들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간(間) 학문의 장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미래 먹거리라는 가치는 그 자체로도 인류에게 확실한 선택지가 된다. 따라서 충분한 사업적 지속성을 가질 확률이 높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사업 경계를 넓혀 대중의 인식 속에 침투하고자 하는 진심이 있었다. 그렇게 디자인과 건축, 요리 등 다른 분야의 방법론을 검토하고 겸하여 창의적 브랜드라는 확장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사업에 연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다수에게 신선함을 각인시키는 미래적 전략, 식물성 도산이다.


(최근 연희동에 팝업을 열었다. 요리 관련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테이블 웨어와 수경재배 키트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근처 지역을 지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장소: 식물성 도산

시간: 매일 11:00 - 22:00 L.O 21:30 (연중무휴)

연락처: 0507-1432-1178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2길 54

https://www.instagram.com/sikmulsung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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