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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Nov 02. 2021

사유의 모양

분산과 집중의 구현, 이도커피 사유

생각의 모양


특정 대상에 대해 깊게 파고들거나 다양한 범주를 얕게 훑어보는 식의 접근으로 우리는 사유한다. 확장된 시야를 갖기 위한 분산과 근원을 성찰하는 집중, 이 두 방식이 사유의 큰 틀 안에서 공존하며 병행된다. 이러한 방법론으로 사고력의 너비와 두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두 가지 사유의 과정을 물리적으로 구현해낸 건축물이 존재한다. 세종시에 위치한 이도커피 사유, 작명에서 알 수 있듯 사유의 가치를 담아내는 곳이다. 성공적인 공간 경험의 전달은 사람들의 물리적 움직임인 동선과 정신적 움직임인 생각의 조화의 정도에 달려있다. 건축의 언어와 방문객의 생각이 만나는 접점에서 얼마나 많은 효용과 감상이 발생하느냐의 문제이다. 


오늘 소개할 공간은 분산과 집중의 체험을 시각적 전환을 통해 구현하는 곳이다. 걸음과 앉음에 따라 우리의 생각에 변주를 부여하고, 의도한 사유의 방향에 편입되도록 유도한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건물의 파사드에는 추상적인 심미성을 담았다. 하늘색 철골의 부피, 그 앞을 가리는 콘크리트 벽, 얕게 깔린 푸른 잔디의 생기, 중앙에 위치한 흰색의 커다란 문. 건물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양쪽으로 내어진 길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분산되었던 걸음과 시선은 중심 입구를 향하여 자연스레 집중된다.




버튼을 누르자 스르륵 열리는 문,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유리창 속 중정이다. 가벽(사진의 오른쪽 상단)이 있어 상부의 모습을 가린 채 아래쪽의 모습만 공개해놓았다. 햇빛을 받는 중정을 제외한 주변부는 어둡다. 빛이 닿는 곳에 우리의 시선은 응집되며 본격적인 공간의 전개가 시작된다. 


단번에 파악할 수 없던 매장 내부의 모습은 중정을 기점으로 퍼져나가는 동선을 따라 확인할 수 있다. 좌석은 입구를 제외한 벽을 따라 'ㄷ'자 형태로 배치되었다. 이 공간의 메인 무대인 중정 감상을 위한 설계이다.



통창으로 빛을 받아들인다. 하늘의 밝기와 색조 등 자연의 상황을 왜곡 없이 수용한다. 나무 그림자가 바닥과 기물 위에 덧입혀져 고유한 심상을 만들어낸다. 특히 좌석 옆에 놓인 검은색의 구체는 그 기능과 목적과 관련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러나 어떠한 대답도 들려주지 않는 무언(無言)의 존재이다. 오직 추상적 사유를 위한 매개물인 것일까? 슬그머니 우리의 곁에 위치하여 질문을 던진다. 




건축법상 조도 확보를 위해 바닥 면적의 10% 이상을 창문으로 내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건물의 외관에는 출입구 외에 그 어떤 창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법을 어긴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내부 중정을 밖으로 열어둠으로써 공기와 햇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창문은 밖에만 있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룬 셈이다.


위의 사진처럼 실내 공간은 중정을 품는다. 따라서 실내에서 중정으로 향하는 것은 한번 더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과정이다. 중정이 외부 하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유리문을 닫아놓으면 그 자체로 독립된 외부 공간이다. 그러나 그 밖의 공간은 엄연히 실내공간의 테두리 안에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는 마치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내와 실외라는 개념에 새로운 연결성을 부여하는 흥미로운 시선이다.



유리벽에 싸인 수풀 안 작은 면적 위에 발을 디딘다. 수직으로 높게 뻗은 나무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와 자연만이 관계하는 정적인 순간이 찾아온다.


바닥에서는 뿌연 수증기가 올라온다. 식물들 사이를 메워주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시각성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새로운 감각이 차분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진행 중이던 사유는 잠시 멈춤을 알리고, 이내 비워진다.




이어서 색채와 각도에 깃든 의도를 주목한다.


공간을 돌아다니며 중정을 향한 집중이 원활했던 이유는 바닥, 벽, 의자 대부분이 무채색의 옷을 입은 덕이다. 오직 중앙의 식물과 하늘에서 높은 채도를 읽어낼 수 있다. 온전한 집중을 위해 주변부로부터 감각을 빼앗길만한 요소들을 덜어낸 것이다.


또한 의자의 각도가 흥미롭다. 실제로 앉게 되면 상체가 뒤로 살짝 젖혀질 만큼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머리를 편히 대어본다면 시선이 자연스레 위쪽을 향하게 된다. 눈높이보다 조금 더 위쪽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열린 하늘의 자유로움을 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하늘이라는 가능성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점유해보는 작은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앉음의 행위로 감정과 사유의 경로를 열어보는 이곳만의 고유한 의도를 습득한다.




사유라는 추상의 개념을 공간적 실물로 구현한 곳이다. 인간의 생각을 짓는 건축의 일반적 개념을 넘어, 사유의 모양 혹은 그 원형을 만들어낸 독특한 사례가 되는 공간이다. 걷고 응시하며 앉아보는 보통의 신체적 경험은 건축적 의도를 만나 특별함을 갖게 된다. 사유를 감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한번쯤 접해보시길 바란다.



장소: 이도커피 사유

주소: 세종 금남면 금남구즉로 497

시간: 매일 10:00 - 18:00

연락처: 044-867-2507

https://www.instagram.com/leedo_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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