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명 Aug 22. 2022

안식을 담아낸 문학적 성찬

카페 생츄어리


마음의 안식은 어디에서 얻어야 할까? 각자만의 방법 혹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따스한 음료 한 잔, 감미로운 음악, 온기 있는 대화, 평화로운 자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등 마음 깊이 여유를 확보하고 안온함을 찾는 과정에서 삶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공간이 안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카페 겸 와인바가 그러하다. 번잡한 주변 환경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특별한 이야기를 건넨다. 특히 코와 입을 즐겁게 하는 한 잔으로 미소를 띠게 하는 곳이다. 몸과 마음의 행복을 더하는 카페 생츄어리(sanctuary)다. 





흑백 여행


자동차 소리가 그칠 새 없는 친숙한 홍대 거리에서 건물의 2층으로 올라오자 차분한 흑백의 세계가 펼쳐진다. 은은하게 감도는 추상적 음악이 공기를 채운다. 바닥의 중앙에 내어진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흑색 발판은 지극히 평범한 걸음도 성스러운 길로 향하는 여정으로 바꾸어주며, 무대 위 주인공으로 주목받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직사각형의 검은색 가벽 앞에 테이블과 의자가 반복적으로 놓여 단정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묵직한 가벽이 공간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전반적으로 반듯한 직선감이 돋보이는 실내 인테리어이다.



목적지는 편안함


조용히 나누는 대화 혹은 회의를 도모해야 할 것 같은 원형 탁자가 보인다. 의자에 보이는 십자가 문양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담은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생츄어리의 대표는 크리스천이다. 본 공간을 통해 종교적 이념이나 교리를 내세우기보다 종교가 줄 수 있는 시각적 개성과 편안함의 가치를 녹여내고자 했다. 따라서 이름도 피난처 혹은 안식처를 의미하는 생츄어리로 지은 것이다.




앉을 수 있는 작품


바와 가까운 위치의 좌석들은 디자인이 꽤나 독특한 편이다. 3개의 의자를 붙여 단체석인 듯 개인석같이 연출하여 정면을 바라보게 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면 전시품처럼 생긴 구조물 역시 앉을 수 있는 좌석이다. 음료의 맛을 차분히 즐기고 독서를 즐기는 이들에게 좋은 공간이 되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자에 앉을 사람들에게 디자인적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다.




메뉴


불투명한 민트색 성경을 들춰내면 메뉴가 보인다. 무게감 있는 판에 각각 커피와 티, 와인 종류를 적어놓았다. 현재 가오픈 기간이라 음료 메뉴만 제공되며 이후 간단한 디저트와 안주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을 들여 만드는 드립 커피만을 고집한다. 특히 커피 업계에서 유명한 군드립 사장님이 생산하는 마지막 원두를 생츄어리에서 판매한다. 이외에도 무산소 원두를 취급한다. 와인의 경우 내추럴, 바이오디나믹, 컨벤셔널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커피와 문장


콜롬비아 - 차갑게 주문했다. 선명한 산미로 시작하는 균형감이 전박적으로 좋은 편이다. 바리스타의 실력이 온전히 담겨있는 커피다. 라즈베리, 딸기, 오렌지, 너티 계열이 다양하게 느껴지며 질감은 보통 정도인 맛있는 필터 커피다. 


알콜릭 - 무산소 원두로 드라이한 럼의 향기가 풍겨 상당히 생소했다. 포도와 초콜릿이 뚜렷하게 느껴지며 술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무산소 특유의 압축된 듯한 복합적 풍미가 긍정적이다. 시간이 지나 얼음이 녹아도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콜롬비아 로꼬 피냐 콜라다 - 향과 맛에서 직관적으로 치즈의 풍미가 올라온다. 마셔봤던 커피 중 가장 신기했을 정도로 고소한 치즈를 마시는 듯한 한 잔이었다. 복합미는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누구나 이색적인 경험으로 즐길 수 있는 커피라 생각한다.



커피와 함께 내어진 편지에는 생츄어리가 건네는 문장이 담겨있다. 평소 독서와 글쓰기를 즐기는 대표님이 직접 작성한 문구들을 읽을 수 있다. 10년 동안 브라질에서 생활하여 몸에 익은 포르투갈어를 적어내기도 한다.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각각 다른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했다. 소통과 관계를 위한 열정적 노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람들의 주목을 단기간에 끌고자 꾀를 도모하는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한 음악과 편안한 심상으로 긴 호흡의 경험을 의도하는 곳이다. 음료 테이크아웃이 불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품질 높은 한 잔과 공간을 온전히 느끼는 종합적인 시간을 통해 오늘의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다.


맛과 멋으로 인문학적 성찬을 제공하는 생츄어리다. 작업 및 독서를 위한 방문을 환영한다. 이후 전시 계획까지 있어 공간의 다양한 활용도와 잠재성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보다 풍성한 마음을 안고 돌아가시길 바란다.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65 2층

시간: 12:00  22:00 / 금, 토 - 24:00 (일 휴무)

연락처: instagram.com/yesyou17

작가의 이전글 부드러운 흑백의 세계 속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