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수학능력시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들에게...

by 샥샘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일주일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제는 학생들이 수능이 끝나고 대학별 시험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네요. 수능 전후로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고3 학생들은 수능 이후 학교 등교 일정이 전부 취소가 되고 졸업식 직전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수능 이후에 학생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시험 준비와 정시 상담 등으로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올해는 안타까운 일이 참 많이 발생하네요.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전국의 수험생 여러분~ 마지막까지 힘내서 모두 각자 원하는 최고의 결실을 맺기를 응원합니다.

저도 이 글을 시작으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열심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보는 수능의 디데이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매년 수능 시험장에 학생들을 보내면서 쉽고 편한 날은 없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든 해임은 확실하다.

매년 달라지는 대학 모집 전형에 따른 혼란과 함께 학기 초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면서 수능은 두 주나 뒤로 밀리고 이로 인해 수시부터 정시까지 모든 일정이 꼬이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고3들에게는 올해 일 년은 멘붕의 연속이었다.


학기 초에 고3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가르쳐주고 일 년 동안 버틸 수 있는 공부 습관을 잡아줘야 하는데 개학이 늦춰지면서 4월이 돼서야 처음 교실에서 만나게 된 아이들.

애매한 새 학기의 시작으로 어색한 상황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얼굴의 반을 가린 채 교실에 앉아있으니 얼굴과 이름을 매치시키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기에다가 쌍둥이가 우리 반으로 편성되면서 안 그래도 얼굴과 이름 구별이 한참 걸리는 나에게는 여러모로 힘들게 맞이한 새 학기였다.

아직도 구분이 안되냐는 구박 아닌 구박 속에 이제는 확실히 구별하게 되었는데... 곧 수능 보고 졸업이라니...


우여곡절 속에 개학을 맞이하였지만, 코로나 19라는 녀석은 없어질 생각 없이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여기저기 간섭을 해 대는 바람에 바이러스의 눈치를 보면서 힘겹게 고3 생활을 이어나갔고, 올 거 같지 않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994학년도 수능을 시작으로 2021학년도 수능까지 수능의 역사도 참 오래되었다. 사상 최고의 불수능인 1997학년도 수능을 본 나도 어쨌든 수능 세대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생들에게는 같은 수능세대라면서 나이 차이가 생각보다 별로 나지 않는다고 우기고 있는 중이다.

내가 수능 볼 때에는 워낙 수능이 어렵다 보니 공부하긴 힘들어도 소위 수능 대박신화를 이룬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지만, 지금은 수능이 쉬워지다 보니 공부의 부담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반면, 하나만 틀려도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 수능이 어렵든 쉽든 학생들에게 괴로운 건 매한가지인 거 같다. 거기에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정시만 준비하던 우리 때보다는 더 많은 고민 속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끼리는 가끔 "내가 지금 고3이면 대학 못 갈 것 같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한 채 매년 어른들의 입맛대로 바꿔놓는 교육의 틀 안에서 힘겨워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좌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당당한 10대들이기에 그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출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다.


많은 어른들은 "수능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수능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시험 중에 하나일 뿐이다."라고 자신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어서 조언을 해준다. 나름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위로의 말이겠지만, 수능을 처음 경험하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시험 하나만을 위해 20년을 달려온 아이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말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능을 보는 그날은 네 인생의 가장 중요했던 하루로 기억될 거야. 시험이 끝난 후, 후회 없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걸어 나온다면 넌 최고의 하루를 만든 거란다."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남의 기준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겠지만, 그 학생은 분명 자신의 기준에서 최선을 다한 일 년이기에, 지금까지의 고생을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말이 너무 많아지면 잔소리가 될 뿐이다. (사실 교실에서 나름 말을 많이 안 하는다고 생각하는데도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긴 한다... 아무리 말을 줄이려고 해도 직업상 교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지금 수능을 며칠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학교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수능 전 학생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전 학년을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고 있고, 수능 전 예비소집일에도 워킹 스루 방식으로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고 학교 건물 밖에서 수험표를 수령하게 된다.


학생 한 명 없는 교실을 나 혼자 외롭게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 일주일 전 응원을 주고받으면서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고 코로나 19의 위험 속에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한 채 집 한쪽에 혼자 공부해 나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허전하다. 오늘 보니 텅 빈 교실이 유난히 넓어 보인다. 지금은 온라인상으로만 만나고 있지만, 나의 마음이 희망과 용기의 에너지와 함께 랜선을 통해 전달되길 바라본다.


갑자기 최근에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에서 나오는 글귀가 생각난다.

'애벌레한테는 끝인 것이 사실 나비한테는 시작'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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