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직
학생은 함부로 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옛날 속담이 있다.
강산은 그냥 놔두기만 한다면 10년 정도에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는 10년은 커녕 1년도 안돼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학교에는 매년마다 신입생들이 들어온다. 작년 신입생들과는 나이차가 한 살밖에 나지 않지만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올해가 다르고 내년이 또 다르다. 그만큼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급변하는 시대에 어린 학생들이 기가 막히게 잘 적응하고 있는 것뿐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학생들의 변화에 힘들어하는 건 교사들이다. 옛날의 잣대들을 들이대면서 자신은 평소대로 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한탄하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제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기존의 교육관과 신념을 지키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자신의 교육관과 신념을 변화시키는 것이 미덕인 시대이다.
직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태가 되면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일쑤이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는 버틴다. 급격한 학생 수의 감소로 인해 학교도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학교가 통폐합되는 것이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교사들은 점점 안일해져 가고 급변하는 세상을 외면한 채, "아이들 가르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교사를 못하겠다"라는 푸념만 늘어놓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라는 말이 통하던 때에는 학생이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맞추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고 다가오라고 스스로 그림자를 내어주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즉, 교사가 학생들에게 맞춰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5년도 교사를 시작하여 벌써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선배 선생님들에 비하면 막내에서 약간 벗어난 수준이지만 2005년도의 학생과 2020년도의 학생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시대로 건너온 것만 같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학교도 많이 변하였지만, 학교의 변화는 학생의 변화를 뒤늦게 쫓아가면서 마지못해 이루어진 변화일 뿐이다. 가장 빠르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는 학생이 가장 느리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배울 게 없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어린 학생들은 반드시 학교를 통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규칙과 지식 그리고 기술들을 배워야만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할 확률이 크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여도 지켜야 할 인간의 기본자세는 반드시 학교에 와서 어른인 교사에게 배워야 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방법과 학생들 대하는 교사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변해야 한다.
이제 교사는 전문직인 동시에 서비스직이다.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어려서부터 학생들은 어른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 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과 사고소식도 자주 접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은 끝났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다. 예전에 교사는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무기로 권위를 유지하였지만, 이제 모든 정보는 나이와 신분 상관없이 공유가 가능하다.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이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다면 교사의 역할을 무엇일까? 학생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라는 물건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고장 나면 고쳐주는 서비스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고객은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컴플레인을 걸고 서비스를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서비스직의 생명은 친철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학생에게는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학생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이유를 설명하고 고쳐지지 않는 경우에는 잘못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라는 의미에서 벌을 준다. 벌도 대부분 학급 봉사에 관련된 일을 시키고 여기에 나의 개인적인 감정은 일체 싣지 않는다. 학생 자신이 반성을 해서 고치려고 노력하면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고 학생에게 좋은 일이지, 학생의 잘못으로 인해 나에게 오는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를 낼 이유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부터 나는 어떤 학생도 미워 보이지가 않는다. 전부 잘 되었으면 좋겠고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하지만, 감정표현이 서툴다 보니 때로는 '자신들에게 무관심하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서비스든 100%로 만족을 줄 순 없는 거니까... 그래도 만족도 100%를 향해 항상 노력하는 중이다.)
학생은 함부로 할 수 있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학생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만난 것뿐이다. 교사도 인간이기에 실수는 언제나 하기 마련이고 배워야 할 것도 넘쳐난다. 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관계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교사는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친구 같은 교사가 되어야지 정말 친구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그 미묘한 경계선에서 균형을 맞추는 교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