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졸업식

코로나가 바꾼 학교의 풍경들

by 샥샘

© Gillian Callison, 출처 Pixabay


2020년 코로나 19의 출현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 년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한 두려움에 모든 학교의 개학은 연기가 되었다. 평소대로라면 2월 말에 학생들을 만나서 얼굴을 익히고 새 학기를 준비했을 텐데... 예정에 없던 개학 연기는 중요한 고3의 첫 일정부터 꼬이게 만들었다. 그 후 온라인 개학으로 급하게 진행이 되고 4월 중순에 드디어 등교 개학을 하였다. 4월에 처음 만난 아이들은 서로 어색하기만 하였다. 그래도 고3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친구와의 추억을 쌓기보다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년이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은 나은 편이었다. 2020년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1, 2학년이 더 큰 문제였다. 그래도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우리들보다 뛰어난 탓에 지나고 보니 그래도 잘 버티고 견뎌 낸 것 같아 대견하고 고맙다.


4월에 개학을 하였으니, 당연히 고등학교 올라와 처음 실시하는 3월 모의고사는 취소가 되었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파악하는 첫 모의고사가 취소되면서 일 년 공부계획과 방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4월 모의고사도 연기되어 5월에 보게 되면서 고3의 전체 일정은 한없이 꼬여만 갔다. 그래도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은 없기에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매일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갔다.


고3 학생의 유일한 외출인 소풍도 취소가 되면서 졸업앨범은 코로나가 조금 누그러진 날을 잡아 학교 안에서 찍었다. 사진을 찍을 땐 마스크를 벗는 그 잠깐의 순간도 불안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라는 녀석에게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코로나라는 주인의 감시 속에 매일을 불안에 떠는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에게 어설픈 주인행세를 하면서 발생한 비극이란 생각을 하면 일방적인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기 위한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뉴스 기사에 '바이러스 정복'이라는 제목을 볼 때면 조용히 살고 있던 인간을 바이러스가 공격했다는 건데... 이 지구의 입장에서는 누가 적군이고 아군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더욱 강력한 예방조치로 전 학년의 등교가 중지되고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그래도 수험표는 받아야 하기에 수능 전날 학교 중앙 광장에 책상을 펴놓고 수험표와 수험생 유의사항 책자, 마스크 등 각종 물품들을 준비해 두고 밖에서 아이들을 맞이 하였다. 한 명씩 오는 학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수험표와 기타 물품들을 챙겨주고 보내는 모습이 마치 벼룩시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처럼 느껴서 씁쓸하면서도 웃음이 나는 기억이다. ('웃프다'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 수도 있겠다.)

수능 이후에는 고3들의 등교 일정이 몇 번 잡혀 있기는 하였지만, 갑작스러운 확진자 수의 증가로 인해 이마저도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우리 반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 딱 두 번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두 번은 수능 성적표 받으러 왔을 때와 졸업장 받으러 왔을 때이다.


졸업식도 결국 온라인으로 최종 결정된 날, 아이들도 많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졸업식 전날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교실에 와서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받고 서로 축하인사와 감사인사를 주고받은 뒤 하교를 하였다. 이 때도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홀수번호와 짝수번호로 등교시간을 나눠서 진행하였다. 홀수번 학생과 짝수번 학생은 아쉽게도 수능 이후 학교에서 마지막까지 얼굴을 보지 못했다.

© mohammadshahhosseini, 출처 Unsplash

졸업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다들 각자 본인의 집에서 졸업식을 보았다. 애국가부터 교가까지 평소 졸업식 식순대로 진행이 되었는데 집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은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온라인 졸업식이 끝난 후 서로 졸업을 축하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채팅으로 나눈 뒤, 마지막 고등학교 생활을 마감하였다. 졸업식에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빨리 마스크 없이 얼굴을 마주 보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본다.


코로나는 거리의 풍경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학교의 풍경도 예외는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질 변화들은 아무 준비과정 없이 일 년 만에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오프라인 환경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간소화되었다. 이 중에는 몸에 익은 편안함 때문에 최대한 외면하고 주저하고 있던 변화들도 상당히 많다. 2020년의 경험을 토대로 2021년은 급격히 변화된 환경을 잘 다듬어서 더욱 효율적이고 익숙하게 느껴질 환경으로 정착시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다.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예전의 악습들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교사로서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한 한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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