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의 추억 2편

노력 없는 성과는 내 것이 아니다. 결국 사라질 신기루일 뿐...

by 샥샘

사실 다단계는 외국에선 괜찮은 판매전략 중 하나이다. 쉽게 설명하면 소비자가 다시 판매자가 되는 개념이다.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써본 후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하고 판매로까지 이어지면 판매 수익의 일부가(적은 금액이지만) 통장으로 입금된다. 소비자와 직원의 차이는 이 수익이 밥벌이 수단이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대표적인 다단계로는 ‘암웨이’가 있다. 그리고 다단계의 특이한 수익구조는 바로 A가 B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또, B가 C에게 제품을 소개하여 C가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 B는 물론 A 까지에게도 수익의 일부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악용하는 다단계업체를 우리는 피라미드 사기업체라고 한다. 내가 대학생 때 이러한 피라미드 사기 피해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다단계’라고 하면 인식이 안 좋은데, 정식 다단계와 피라미드는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구별할 필요는 있다.


피라미드 사기업체의 경우 물건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몇백만 원어치 물건을 사야 직원이 된다면서 물건을 강매한다. 내가 간 곳에서는 300만 원어치의 물건을 사면 정식직원이 되는데 조금씩 사면서 300만 원을 채우면 직원이 되기 힘들고 수익도 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바로 300만 원 내서 직원이 되어야 돈을 빠르게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순진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돈을 뜯어내기 위한 치밀한 계획 하에 강의가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듯 보이는 이사가 나와 자기는 대학생인데 지금 이렇게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로 수강생들을 현혹하며 첫날의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저녁에는 그들이 사는 아지트에 가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20명 정도가 25평 정도 되는 방 2짜리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이런 업체들은 어린 대학생들이나 순진한 사회 초년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니 이런 식의 합숙이 많다고 한다. 꼭 MT 온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쁜 사람들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혹시나 나중에 감금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다.) 그중 한 명은 대학 준비를 위해 시골에서 올라와 여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었다. 옆에 있는 선배 같은 사람이 “이번 달에 통장에 돈이 입금됐을 텐데 확인해 봤어?”라고 물어보던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긴 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다른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밤에도 눈보라는 그칠 생각이 없었고, 어머니께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하셨다. 나는 여기는 괜찮은데 스키 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일 날씨 보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동생에게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스키장을 갈 수 없는 상황인데 부모님을 속이고 2박 3일 동안 있기는 힘들겠다고 내일 수업을 듣고 집에 갔다가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남은 수업을 듣겠다고 약속을 한 후, 다음 날 수업까지만 듣고 집에 돌아왔다. 폭설 덕분에 1박만 하고 다시 집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경우 집에 돌아가면 대부분은 인연을 끊고 다시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겠지만, 며칠 후... 쓸데없이 성실한 나는 다시 그 다단계 회사에 가서 나머지 수업을 들었다. 안 가도 그만이긴 하였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러고 보면 정말 괴팍한 AB형이 맞나 보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 마지막 상담이 있었다. "정말 좋은 회사이고 대학교 다니면서 돈을 벌면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 300만 원은 마련할 방법을 알려주겠다. 아무 걱정하지 말아라." 온갖 말로 나를 비롯한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내가 집에 갔다가 다시 수업을 들어왔다는 사실로 내가 이 회사에 관심이 있다고 착각했는지 너무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나야 애초부터 할 생각이 0.00000001%로 없었기에 듣기는 다 들어주었지만, 최대한 예의 바르게 거절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나를 찾아와서 권유를 하였지만, 넘어오질 않자 시간낭비란 판단을 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후에 그 동생도 결국 다단계업체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워하는 나이기에 남의 인생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소식을 들은 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나마 이제라도 그만둬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그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300만 원을 갖다 바쳤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대학 선배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와서 교수님 이름을 거론하며 조만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백과사전을 팔았고 그 당시 아직 순진했던 나는 거절할 틈도 없이 얼떨결에 그 비싼 백과사전 사 버렸다.(다행히 나중에 아버지께서 전화해서 취소해 주셨다.)

대학생은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다. 학생 시절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다가 두 신분 사이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세상의 각종 유혹 속에 넘어지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들의 경험을 통해 거절하는 방법과 자신만의 경제적 가치관을 만들어 나간다. 시간이 왜 이리도 빠른지 벌써 40대 중반이 되어 간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도 다리 중간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성실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벌자.’

나의 돈에 대한 신념이다. 돈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높은 철저한 현실주의라서 살면서 몇 번의 유혹이 있었지만 속지 않고 무사히 잘 넘겨왔다. (그래도 자만은 금물. 항상 조심하려고 한번 더 의심하는 습관을 갖고 매사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한다.)


순진한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이런 업체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지만,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돈 앞에서 마음이 무너지는 이들과 끝없는 욕망으로 인해 돈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업체들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경제 신념을 굳건히 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처법은 없어 보인다. 돈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기 위해서는 확고한 신념의 울타리 안에서 유혹에 흔들리 않도록 자신을 지켜야 한다. 노력 없는 성과는 내 것이 아니고, 남의 돈 벌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법이다.


<다단계의 추억> 끝.



그림 : Peggy_Marco, 출처 Pixabay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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