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단호하고 다정한 말, 시작"
"시작"이란 단어의 엄청난 힘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원래의 익숙한 것에서 다른 생소한 것을 도전한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마음먹기도 쉽지 않고 생각이 많아지고 귀찮아지기도 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저도, 다른 누군가도 늘 새로운 시작을 하고 끝을 맞이하고 그 결과가 긍정적이던 그렇지 않던 중간에 예의치 않게 종료를 하더라도 그건 그 나름으로 응당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고 큰 시작을 위해서는 기존 삶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길목에 놓이게 됩니다. 즉 "불편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름의 평온한 삶을 뒤로하고 낯선 삶으로 내딛는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렵게 용기를 냈다면, 절대로. 후회하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어둡고 시리으며 뾰족한 날카로운 길이라도 선택한 것은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저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미 시작한길은 뒤돌아보면 미련이라는 무게추가 생겨나 앞으로 가는 것을 무단히 방해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절대 뒤돌아보지 않으려 합니다. 악착같이 앞으로만 걸어 나가려고 부단 애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 너무나 고대했던 선고기일이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말 많은 고통을 겪어오는지라 부디 오늘이 마지막이기를 학수고대한 날이었습니다. 매 초마다 갈갈이 산산이 부서진 제 마음을 하늘이 하신다면 저의 정성을 갸륵하다 여기신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시작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하고, 세차를 맡기고, 커피도 한잔하면서 무심한 척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며칠 전 변호사님을 만나 뵈었을 때에도 이번이 높은 확률로 승소할 것이라 면담을 하였고 상대측이 항소를 하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자문을 구해왔을 뿐 올해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자는 생각만 하였습니다
***님. 선고결과 전달드립니다.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천벽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받은 순간이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고 믿기지 않는 전달이었습니다. 지난 시간 어떤 마음으로 소송준비를 했고, 수많은 자료들과 영상, 음성, 편지, 자면서, 지인들의 증명서까지 많은 시간을 준비해 왔는데 이런 결과는 완전히 예상밖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애정도 없고 연락한 통. 문자 한 통. 10원 하나도 지원해주지 않는데 사전양육비신청까지 모두 기각시키는 천인공노할 무자비한 법이 어디 있는지 도대체 묻고 싶었습니다. 변호사 측에서도 예상밖의 결과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것 같았으나 제일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판결문이 아직 나오지 않아 받는 대로 파악 후에 알려주겠다는 답변은 너무 현실성이 없이 들렸습니다.
'끈적이고 척박하고 어둡고 두려운 터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니. 다시 시작이란 걸 해야 하다니.'
"하나님. 저는 얼마나 더 열심히 인내하며 살아야 하나요. 제가 무슨 크나큰 죄를 지었나요. 왜 저를 계속 이런 시련에 빠지게 하시는 건가요. 얼마나 많은 행복과 기쁨 주시려고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건가요."
사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억울하고 분통함에 치가 떨리고 살이 애이며 말도 안 나오는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저를 지배했고, 끝내 호흡이 가파지고 눈물이 주채할 수 없을 만큼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야.. 하나? 이 긴 싸움이 끝은 있긴 한 걸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내가.. 없으면 우리 엄마는..?
우리 애들은..? 아니, 애초에 왜 내가 걸림돌 같은 사람 때문에 이런 비관적인 생각을 해야 하지..?'
슬퍼할 시간도 제게는 사치였고, 저보다 더 마음 졸이며 걱정하며 기다리는 엄마에게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오히려 항소심에서 억울한 부분을 더 자세히 보완해서 말하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며 앞으로를 준비하자며 다독이는 것이 우선이었고, 저의 어두운 얼굴에 눈치 보며 시무룩할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먹자고 되려 즐겁게 분위기를 바꿔야 했습니다. 울어도 혼자 울어야 하고 그 눈물은 오래가면 안 되는 것입니다. 강해져야 합니다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억측을 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준비를 다시 해야 하기에 체력을 비축해야만 했습니다. 판결문이 나오면 다시 이 글의 뒤를 잇고자 합니다. 잘될 거라 믿습니다. 전화위복의 힘을 믿습니다. 권선징악의 참된 뜻을 믿습니다. 인과응보의 아름다운 뜻을 믿습니다.
응원해 주세요. 부디 저를 구원해 주세요. 힘을 주세요. 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까지 단단히 쌓아온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할 수 있다고, 반드시 이뤄낼 거라고, 이미 이뤄낸 것처럼 행동하는 자신감을 주세요. 지지 않도록 올바르게 일어설 수 있도록 부디 저를 응원해 주세요.
오늘도 무한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