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해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하게 네가 왔다
마침 꿈 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줌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두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방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주는 것을
#1일1시 #100lab
윤동주, 백석 시인에게 영감을 준 릴케의 시를 선정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점.
릴케가 좋아한 그녀는 루 살로메.
릴케가 예술적 영감을 받은 그는 로뎅.
릴케가 로뎅의 비서였단 사실.
그리고 릴케의 인생을 뒤흔든 그녀가 니체와 프로이트와도 연을 맺은 사실.
천둥같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아는 만큼.
알수록 쿵 하고 떨어진다. 심장이.
알수록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