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로나 Jul 08. 2021

5살이 죄송할 게 뭐가 있다고.

날씨도 더운데 불 앞에서 밥을 했다는 이유로 심술이 났다.

이런 종류의 심술은 주부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는 별개인 듯하다.

그래도 어떤 날은 초집중의 힘을 발휘해 빠른 손으로 한 끼를 차려내기도 한다.

그럼... 모든 건 기분 탓??? 일 수도...;;있겠다.. 기분 탓이 확실하다.

감정에 진 게 확실하다. 밥하는 시간에 감정이 건드려진 일이 있었을 거다.

근데 그게 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는 게 문제....


바구니에 유치원에서 받아 온 교재들을 넣어서 책장에 넣어두었다.

얇은 교재들이라 책 사이에 끼워져 있으면 잘 안 보이기도 해서 말이다.

주방을 마무리하고 거실로 왔을 때 내 눈앞에 보인 광경!

바구니에 들어있던 교재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그 속엔 둘째가 좋아하는 인형 3 마리가 누워있었던 것이다!


"다 꺼내! 바구니에 인형 넣어 놓으라고 갖다 놓은 거 아니잖아!!"


좋게 말해도 되는데.

천천히 웃으면서 말해도 되는데.

주방에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끌고 온 난, 심술 부리기 2차전에 들어갔다.


둘째는 빠른 속도로 인형을 빼고, 다시 교재를 넣어두는 걸로 엄마의 심술을 피했다.

이렇게 잘 치우는 아이라는 건 꼭 이런 상황에서만 확인이 되니, 씁쓸함은 덤이고....


해결됐지만 찝찝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을 때, 갑자기 뒤통수가 띵!! 했다.

"엄마한테 죄송해요~~라고 말해. 어른한테 잘못했으면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거야"


'뭐?????'


첫째가 동생한테 하는 말이었다.

7살, 5살 아이의 입에서 '죄송해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내 탓이지.. ㅜㅜ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난 더 깊은 굴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모든 상황이 부끄러워서..;;


그러니 오늘은 정신 차리고 감정 컨트롤 잘하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사 온 우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