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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Jul 16. 2021

어제와 다른 오늘

아침에 이불을 덮고 있어 깜짝 놀랐다.

엥? 이불을 덮고 있다니. 오늘 더위가 좀 누그러들었나.

29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현재 온도는 어제와 차이가 없다.  

   

가정보육 4일째다.

아이들이 있어서 그런 건지, 더위 탓인지 지난 3일 동안 지치기만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확실한 건.

아이들끼리 잘 놀고 있는 틈을 놓치고 내 시간으로 만들지 못한 이유가 있다.


새벽 기상을 잘해놓고 나서도 아이들이 일어나면 귀찮았다.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제는 오전에 산책을 다녀왔다.

뜨거웠다. 땀이 그냥 줄줄 흘렀다.

아이들은 마냥 신났고, 나도... 뭐... 나오니 괜찮았다.


집 나간 입맛을 찾을 때 먹는 있다.

볶은김치김밥!!

김치를 쫑쫑 썰어서 팬에 올리고 설탕, 들기름을 취향껏 넣는다.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볶는다.

마른 김 위에 밥을 얹고 단무지 하나 올리고, 볶은 김치 올려서 둘둘 말아서 먹는다.

볶은김치와 단무지의 조화가 꿀이다. 입에 가득 넣어 우물우물 씹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저녁을 먹고 쓰레기 버리러 가면서 아이들과 나왔다.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난 놀이터 몇 바퀴 걸었다.


아이들 책 읽어주고, 이제 얼른 자라고 한바탕 재촉한 후 노트북을 켰다.

9시에 시작되는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는 내내 일상의 행복과 감사에 대해 떠올렸다.


11시. 본방 사수를 놓친 슬기로운 의사생활 2를 넷플릭스로 봤다.

아... 울다 웃다 하면서 또 행복과 감사는 멀리 있지 않다는 진리를 가슴에 새긴다.


어제 늦게 잠든 탓에 기상도 늦었지만 괜찮다.

아이들에게 빵과 두유를 차려줬다.

“언니 내 쨈도 발라줘”

“알았어.”

둘이서 호호호 신나게 먹는다.   

  

빨래를 돌리고 방을 대충 정리한다.

아이들이 먹은 걸 치우고,

탁에 내 책이랑 다이어리를 들고 와서 앉았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오늘 어떤 감정을 선택할지 결정했다.     

행복과 감사가 베이스로 깔린 나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만 틀어대며 답답한 공기 속에서 있었다.

한낮이 되기 전에.

버틸 수 있을 때.

창문을 다 열고 환기를 하고, 공기 청정기를 열심히 돌린다.

아이들에게는 선풍기를 틀어주며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준다.


어제보다 버틸만한 감사한 오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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