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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Jul 06. 2021

온앤오프가 중요한 사람, 엄마.

집을 나서야 한다.

그게 첫 번째다.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만큼은 확실하고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누가 등 떠밀지는 않지만, 그게 중요한가. 지금,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가 원하는 미래에 조금은 가까워질 거라는 믿음이 중요하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어도 암기하고, 땀을 흘리며 걷는다.

몰입할수록 고민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나아지려나? 쭉 전업주부로만 살 순 없는데, 자신감과 실력을 겸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과 두려움이 올라온다. 당장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하기 위해 나약해진 마음을 붙잡기로 한다.


이런저런 고민들로 시간을 보내다가 놀이터에 가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휘저었던 그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땡볕에 뜨거워진 미끄럼틀에서 왜 신발을 벗고 뛰어다니는지, 그네 줄은 왜 엄마 보고 기다리라고 하는 건지, 한 놈은 집에 간다, 한 놈은 안 간다 난리인 건지. 그저 이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오프가 더 확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오프가 탄탄히 나를 지탱해 주지 않으면 엄마로 온이 되었을 때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고, 난 방에서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뒹굴뒹굴한다. 그때 생각난 군것질. 설렁설렁 나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먹을 걸 꺼내서 우적우적 마구 먹고 싶지만. 그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접시를 꺼내 두 아이의 몫을 똑같이 담아 대령을 하고 난 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나니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


옆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다. 3살짜리 남자아이는 아침마다 할머니와 등원을 한다. 할머니는 같은 동 6층에 사시는 분이고, 아무래도 아빠 엄마는 출근 준비로 바쁘니 할머니와 등원을 하는가 보다. 전에 살던 집도 상황이 비슷했다. 아침마다 할머니가 버스 타고 오셔서 손주를 등 하원 시켜주셨다.

나도 우리 엄마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렇다고. 놀이터에서 돌아와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아무튼 지금 이 시간을 놓칠 수가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눈뜨자마자 주방에 서 있어야 하는데 난 그게 너무 싫다. 그 감정을 겪고 싶지 않아서 기를 쓰고 일어나는 것일지도.


곧 그녀들이 일어날 시간이다.

누룽지를 끓이고, 과일을 깎아야겠다.

헝클어진 머리로 엄마를 부르며 나오는 공주들을 꼭 안아줘야지.


나만의 오프를 위해 우선 지금, 엄마를 온 하자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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