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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06. 2021

내가 알지 못하는 '나'

끓는냄비는되지말아야지 

너는 너무 다혈질이야.

왜 이렇게 '욱'하고 그래?

지금 네 모습이 어떤지 알아?

꼭 가스불 위에 얹어 놓은 냄비 같아 팔팔 끓는!


그랬다.

타인의 시선에 내 모습은 늘 언제나처럼 욱하는 성격에 울그락 불그락 다혈질의 모습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힘을 잃어버린 미치광이 여자에 불과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은 곧장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조심스레 

그 자리를 피해버리기도 했다.

한때는, 이런 내 모습이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서 그렇다는 이유를 댔고  또 너무 의리가 넘쳐서 

그렇다는 말로 보기 좋게 포장을 했다.


이렇게 폭풍이 지나가듯 어떤 상황을 분노와 욱함으로 넘겨버리고 나서는 스스로는 평온해졌다.

더 이상 쏟아 낼 그 무엇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나는, 차라리 나 같은 성격이 낫다고

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길 때 일단은 그 자리를 잠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왜?!

나는 늘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이 정리되면 그 문제가 더 잘 풀리기라도 하나?!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참고, 인내하고 생각하고 상황을 벗어나서 나에게 얻어지는 건?!

한참을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이 그렇게 질리 대고 욱 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서 그런다는 나 자신의 모습이 세상 쿨 한 모습이라고 자부하면서 살아왔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게 오히려 맺고 끊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보면 그런 내 모습들에 타인들만 상처를 입는 것이 아닌 내가 나 자신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모르던 나 자신을 알아가는 일.

인생에서 이것 만큼 큰 공부가 있을까?

나는 안다.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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