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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Feb 09. 2021

열살 어느날의 기억

괜찮아추억이야

열살. 지우를 보면서 가끔 저때의 나를 생각해보곤한다.

나는 저 나이때, 그러니까 열살때 어떤 기억이 있을까를

곰곰 떠올려봤다.  행복하다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빠, 엄마, 동생이 있는 가정에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아빠라는 권위자의 기분에 따라 하루의 끝이 달라지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불안의 날들이었다.  형편도 넉넉지 않았다고

기억되지만 가고싶은곳, 갖고싶은것을 이야기해본 기억이 그때의 열살때도 그이후에도 없었다.


어쩌다 엄마는 생활비중 일부를 떼었다가

한달이나 두어달에 한번 양념치킨을 시켜주곤 하셨다.

지금이야 시대도 바뀌고 부모들의 가치관도

바뀌어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모든것이 진행되지만

우리때는 그저 어른들이 움직이시는대로

이끌려다녀야했던 때였다.


내가 처음 서울에서 가장 큰 놀이동산을 가본 곳이

롯데월드였다. 지우보다 한살이 많던 열한살때

처음으로 아빠와 동생과 셋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잠실까지 가서 자유이용권을 큰맘 먹고 예매 하고

입성하던 그때. 나는 아직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일요일이라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두어시간은 족히

기다려야했고, 타고싶은 놀이기구를 타려면

안내도를 몇번씩 보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던

아빠의얼굴을.


롯데월드에 가면 천장위를 지나다니는 커다란 풍선이 있다.

그당시에는 그게 천천히 움직여 그랬는지 인기가없어서

줄을서지 않고 탈수있던 유일한 놀이기구였다.

그런데, 어린아이의 키로 나는 풍선밖 풍경은 볼수없게 높았고 밖을 내려다보자고 아빠한테 한번 들어올려달라고 하고싶지도 않았던것 같다. 그야말로 천장만보이는

암흑의 시간이 따로없었다.

지금생각하니 웃음이나는데, 그때는 나름대로 심각했었다.


잔뜩 짜증이 난 아빠는 어떻게생긴 곳인지 한번 와봤으면

됐다고 다시는 이곳에 오자는 소리 하지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반나절도 안되어 놀이기구 세개를 겨우 타고 나오면서 헬륨풍선을 하나씩 사주셨다.

놓치면 그순간 날아가버린다는걸 알아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세게 쥐고왔는지 또 웃음이나는 기억이다..


점심을 집에와서 먹었다. 이 기억도 잊혀지질 않는것이,

마땅히 딸둘을 데리고 먹을곳을 찾기 어려운 아빠가 그때부터 표정이 바뀌기 시작하는걸 봤기 때문에

집에가고싶다고 했었던것같다. 그때, 점심을 포기한 댓가가 헬륨풍선이었다. 밥을먹고 풍선을 자랑한다고 나와서

동네 애들과 놀다가 내풍선이 내손을 떠나던 그 순간,

풍선을 놓쳐 속상한 마음보다 집에들어가 혼날 생각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아니나다를까, 나는 집에들어가 풍선을 놓치고 들어온 죗값을 톡톡히 치뤘다.

그때, 나는 풍선보다 못한존재라는 생각이들었다는 일기를 썼었다.  기억이라는것이, 추억이라는 것이 가끔 불쑥불쑥 떠올라 그때로 돌아가게하는데

나는, 돌아가고 싶은 기억이 추억이 내내 똑같거나 비슷하다.

지우를 보면서 그때의 나로 돌아가보니, 나도 지우한테

어떤기억을..추억을 심어주고있는지를

생각하게된다.


모든 기억들이 좋을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우가

어른이되어 지금의 나처럼 기억을 떠올렸을때

아~ 그때 나는 참 행복했었구나 라고

느끼게 해주고싶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다고 더 행복하고

여유롭지 못하다고 더 불행한것은 아니다

그안에서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방향으로

정착되어지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죄우한다고

생각한다. 말한마디, 표정하나, 행동하나에

어쩌면 그 모든 기억의 시작에서 끝이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지우의 열살 기억에는 따뜻한 온기가 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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