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만들어도맛은결국떡볶이
중학교에는 매점이라는 곳이 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10분의 쉬는 시간은 그야말로 매점문턱부터가 아수라장이 되는 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우리 학교 매점에서는 쥐포를 기름에 튀겨서 파는 것과 잡채만두 그리고 과자로는 치토스가 그렇게나 인기가 좋았다. 그때 나의 살은 거의 8할이 치토스가 채워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3년을 매점과 함께하며 다이어트와는 영원한 안녕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가니 각종 과자와 간식 심지어는 우동까지 파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점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앞두고 한 시간정도의 빈 시간에 친구들과 밖에 나가 먹는 떡볶이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었다.
친구들과 삼삼 오오 짝을 지어 무리를 이루고 다니던 고등학교 시절은 얼마전 TV에서 방영된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개포동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그 일대는 빠삭하게 맛집을 꾀고 있었다.
학교는 개포동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네 다섯정거장을 가면 대치동인데 은마상가 안의 떡볶이 가게들은 지금 가서 먹는 사람들도 그때의 그 맛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범벅을 하나 시키고 김밥을 하나 시켜서 어묵국물과 함께 먹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기억이 있었다.
일주일이면 적어도 세번 정도는 친구들과 돌아가며 떡볶이를 사면서 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을 갖곤 했었는데....갑자기 그때의 모습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재미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지금 다들 무얼 하며 살아가는지. 그렇게 떡볶이와 어묵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오다보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는데 그때 당시
둥그런 뻥튀기 사이에 넣어 먹는 그 아이스크림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학교 다닐때에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먹는 재미에 공부에서 해방된다는 것에 친구들과 적은 용돈으로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떡볶이 먹는 일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힘든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도 떡볶이 한 접시로 받는 위로가 참 컸었다.
그냥 길을 가다가 포장마차에서 먹는 떡볶이도 그랬고, 혼자 끼니를 해결 해야 할 때에도 떡볶이 만한 것이 없었다. 거기에 조금 욕심을 내서 튀김이나 순대를 시켜 국물에 찍어먹는 그 맛은 아마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온라인으로 양념까지 배송시켜서 하나하나 포장되어온 것을 냄비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서 간편하고 맛도 있지만 옛날 그때 그 시절에 어딘가에서 먹던 그 맛은 아니라 조금 아쉽다.
누군가는 떡볶이 그까짓게 뭐라고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음식이 되어주기도 했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종종 혼자서도 떡볶이를 만들어 먹곤 했다. 예전에 맛있게 먹던 그 맛은 아니지만 떡볶이 하나로 하루의 피곤함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고마웠던 시간들이었으니까.
소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정말 많은 기억들이, 추억들이 떡볶이에 담겨있다.
떡볶이 하나로 울고 웃던 시간들이 이렇게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행복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무 걱정없이, 친구들과 나누던 그 시간들로 다시 돌아가 떡볶이를 앞에두고 마음껏 웃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