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공기와따뜻한바람
어제 저녁을 먹고 난 시간, 순간적으로 그냥 갑자기 그렇게 마음이 울렁거렸다.
닭백숙을 끓여 저녁을 배불리 먹고, 잠시 앉아 있는데 문득 노래를 한 곡 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때면 으레 여행을 하거나 쓰던 글을 접어두고 다른 일상의 일을 하다가 문득 또 글이 써지면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펜을 잡는다. 그런데 나는 주구장창 걷거나 음악을 듣는 일이 잦았다.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 여행을 해 보는 것이다. 내가 다시 과거의 어디 쯤으로 돌아간다면? 아니면 그때 내가 그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말로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했다면? 혹은 내가 그 순간에 그 물건이 아닌 다른 물건을 구입했더라면? 내지는 내가 그때에 그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등등 온갖 질문들을 노래 한곡을 들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인데, 늘 그 질문의 형태는 '과거형'이었다.
지나간 시간이 뭐 그리 의미가 있을거라고 나는 지난 시간에서 허우적거렸는지 알 수가 없다.
원래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리기는 쉬워도 내 마음 하나 들여다 보는 일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는데 그 말이 백번천번 맞는 말이라는 것을 요 근래 자주 느낀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그랬겠구나, 그랬구나 라고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나'라는 내 자신에게는 왜 그리도 빡빡하게 굴었는지 생채기가 날 만도 했었다고 위안삼는다.
따뜻한 차를 한잔 앞에 두고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시간들을 되짚어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버린다.
이렇게 살았었구나가 아닌,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살고싶다로 바꾸어 보는 것이다. my way라는 오래된 팝송은 그런 기억들 속에서 나를 살게 했다. 어제 저녁 그 음악을 오랜만에 다시 들으면서 당분간은 듣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 시간에 언제까지 그런 기억들로 채워갈 것이냐고 되묻는 질문에 답이 되듯이.
애쓰지 않는 삶을 살기로 마음 먹은 후부터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고 더 멀리 더 깊게 관찰하고 이해해보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하는 중이다. 물건에 대한 욕심, 집착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을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하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밌게 신나게 해 보자고 말이다. 지금의 삶에서는 삶의 멋부림 따위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고 당차게 신나게 한다면 그 끝은 분명 꽤 괜찮은 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무겁고 텁텁하게 갇힌 겨울의 공기가 아닌, 가볍고 온화한 바람이 불었고 개구리가 울었다.
봄이 왔다고 알리는 신호인 것이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계절, 그 시간, 그 온기.
봄이 부른다. 봄이 온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