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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r 09. 2021

괜찮아사랑이야

각자모두가다르게살아가고사랑하는거야

한해 또 한해가 지날수록 아이에게 말로 이길 수 없는 부분도 종종 생기고, 어떤 날은 엄마인 나도 아이의 언어표현에서 배울 때가 많다. 어려서부터 말을 일찍 하기 시작했고, 한글은 학교가기 직전까지 속을 썩였어도 말은 정말 동네에서 알아주는 청산유수였다. 좋은 말로는 엄마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가 애도 말이 빠르고 말도 잘한다며 칭찬인듯, 칭찬 아니게 말들을 했었다. 

오늘 지우의 언어 표현에 또 한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부분 역시 처음이라 그리고 새학기여서 망설여진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에는 선생님과 수시로 연락을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학교를 가고 나서는 등하교 외에 혹은 아이가 친구들과 문제가 있었던 날들을 제외하고는 시시콜콜 선생님과 연락할 일이 많지 않다. 


" 엄마, 우리반은 여자들이 세명이잖아! 근데 지호랑 나만 여자애들중에 아빠가 없어" 

" ......................엄마가 말했잖아. 아빠랑 사는 친구들도 있고, 사정이 있어 엄마랑만 사는 친구들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친구들도 있다고...... 다 다른거라고 엄마가 얘기해줬잖아 지우야 " 

그냥 단순히 아빠의 부재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열살이 되도록 아빠이야기는 하지 않는 아이였는데, 내 눈치를 보느라 이야기를 꺼내고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물어보았다. 


" 아빠에 대해서 궁금한 부분이 생겼어 지우야?" 라고. 

그런데 망설임없이 아이의 대답이 심장을 강타했다. 

" 아니?! 안궁금한데?! 나를 한번도  보고싶다고 찾지 않는 아빠얘기 하고싶지않아....."

처음이었다. 너무 명확하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왜 하지않는지에 대해 지우의 입으로 들은 이유. 

그런데, 뒤이어 

" 예리가 자꾸 지호랑 나한테 아빠가 사준걸 자랑하고 아참 너희는 아빠가 없지..? 라고 하니까 지호가 울었어 오늘"  이라는 말을 담담하게 하는데 지호가 울었다는 이유보다,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지우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려왔다. 


" 그래, 지우야. 그럴수 있지. 예리는 지우나 지호가 왜 아빠와 살지 않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그럴수도 있어. 

  그리고 지호는 아빠하고 아홉살때까지 살아서 아빠생각이 나는거고, 아빠가 별나라 가셔서 보고싶을수도 있고. 지우도 아빠에 대해 궁금하면 엄마가 얘기해줄 수 있어. " 라고 하니. 


" 나는 안궁금해. 아빠는 아빠대로 잘 살겠지. 지금 엄마랑 사는게 행복해." 라고 하는데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지호의 아버지께서는 해양경찰이셨는데 2019년 크리스마스날 사고사로 돌아가셔서 안그래도 선생님께서 모든 학부모에게 아이들이 평소와같이 지호를 대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달라고 부탁하신적이 있었다. 

새심한 배려셨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물론, 부딫히지 않을 수 없고 아빠의 부재에 대해 영원히 모른척 하고 쉬쉬할수도 없다는걸 안다. 언젠가 때가 오겠지. 남들이 겪는 그런 폭풍이 나에게도 지나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왠지모르게 많이 어른스럽다 싶은 아이의 생각이나 대답이 미안해진다. 


그래도 지우가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을 거부하거나 싫어하지않고, 잘 지내줘서 고맙고 지호에게도 예리의 말을 너무 신경쓰지말자고 했다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내가 지우에게 배우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참....이 문제가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도 없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예리를 나무랄수도 없고 선생님께 부탁을 드릴수도 없는 문제구나 하는 생각에 어쩌면 아이들 나름대로 자기네들의 언어표현을 써가며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서로를 더 보듬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많지도 않고 딱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서로를 단짝이라 부르며 지내는데 지금은 어리지만 해가 바뀌고  생각도 더 자라나면서 돈독해지는 날도 오겠지. 

그렇게 한참을 대화를 마치고 넋을 놓다 시피 하는 나에게 지우가 마지막 말을 던진다. 


" 엄마. 괜찮아. 그렇게 다 그냥 사랑하면서 사는거지. 행복하게.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사는거야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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