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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r 25. 2021

속이시커멓게탄다는것

너를어쩌면좋으니 너를

수요일은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서 오는 날이다. 

어제가 그 수요일이고 심지어 뒷집에 사는 1학년 동생 예나가 한글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라 계 탄 날이기도 했다. 마당이 넓다고는 해도 위험해서 자전거나 킥보드를 사주지 않았는데 뒷집에는 5학년 오빠가 타는 자전거도 있고 킥보드도 있어서 가끔 빌려서 타곤 했다. 작년 여름에도 신나게 타다가 킥보드와 통째로 날아가 얼굴 한쪽을 완전 밀어버려서 속이 상했었다. 


여름이기도하고 상처가 심했어서 한참을 고생하고는 다시는 킥보드를 타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렇게 뒷집 아이들이 학원으로 바쁘고 지우도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 그 시간에 공부도 하고 놀이도 했었는데 

봄이 왔다. 아이들이 뛰어놀아야하고 뛰어놀기도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이다. 그건 곧 또 위험한 순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제 정신줄을 놓은 채 뒷집와 우리집을 오가며 땀을 흠뻑 흘리며 놀던 아이들을 6시쯤 밥을 먹였다. 배가 고파 자꾸 군것질을 하는 것 같아 새밥을 해서 카레를 비벼 밥을 먹였더니 더 놀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뛰어 놀면 밤에 일찍 잠들고 좋지 실컷 놀아라 하는 마음에 허락을 했다. 


그렇게 밥을 든든히 먹고 나간다고 나간 후, 10분도 채 안되어 밖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나가보니 지우가 바지 무릎 부분이 찢어진채 울며 서 있었다. 

언니가 킥보드 타고 저쪽에서 날랐다고 예나가 이야기 해주어 또 넘어졌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녀석은 눈치를 보고 있었고, 어디 많이 다쳤냐고 하니 무릎이 조금 까졌다고 하길래 넘어져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겼었다. 

7시가 되어 뒷집 언니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들 떡볶이를 해 먹일건데 먹여서 보내도 되냐고 하기에 고맙다고 하고서 8시가 못되어 지우가 집에 왔다. 우선 따뜻하게 씻기고 해야 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한 채 씻겨 놓고도 나는 그이후에 상처를 발견했다. 

아무리봐도 얼굴이 너무 벌겋게 익어서 얼굴에서 열이 나냐고 하니,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머리를 말리느라 그랬다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고 아이는 식탁에 앉아 영어숙제를 했다. 

한 시간쯤 지났는데도 얼굴색이 그대로여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뒷목을 잡게 하는 상처가 벌겋게 올라오고 있었다. 


하........! 순간 화를 내야 할 것 같았는데, 울먹거리며 잘못한걸 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화를 낼 수 없었다. 아니, 그러면 엄마한테 처음부터 얼굴을 다쳤다고 말을 했어야지......! 라고 속사포로 말을 쏟아내니 그제서야 울음을 터뜨리며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비상약도 없고, 연고도 어디뒀는지 보이지 않아 멍든데 바르는 약을 발라주고 공부고 뭐고 접고 일찍 재워야 했다. 잠든 얼굴을 또 보니 속이 뒤집어 졌는데 넘어져 여기저기 타박상이 왔는지 밤새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는걸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시골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부분은 분명 많다. 복잡한 도시에서 경쟁하며 사는 삶도 어차피 성장해가며 겪어갈텐데 자연을 친구삼아 성장할 수 있다는 부분은 분명 어른이 되어서도 큰 추억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또래와 어울리며 지내는 시간이 없다보니 두살 터울 동생과의 짧은 놀이시간에 정신을 놓고 이리 놀았다는 것은 매번 생각해도 안쓰럽다. 


가끔은 뭐가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금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환경이 여기서 더 나아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게 맞는건지, 아니면 지금의 환경에서도 충분히 잘 성장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끌어주는게 맞는건지 그 중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가지 선택의 길 모두 장, 단점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가 정든 친구들과 집을 좋아하니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하지만 이런 일을 겪고나면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이들 모두, 다치면서 크고 아프면서 성장하는 거겠지. 

그저 이정도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보며. 

상처가 덧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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