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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Apr 14. 2021

아쉬운계절,벚꽃엔딩

무언가해내지못하고보내는계절,봄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이번에도 실패를 하고 말았다. 모두에게 시간은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 안에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시간임은 분명 있었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할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변명처럼 느껴지면서 하물며 글쓰는 시간도 막판에는 놓아버리고는 벼락치기에 혼신의 힘을 다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양송이버섯 농사를 지으며 무언가 한가지는 이 분야, 아니지 농사라는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 같은것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고민했던 시기가 벌써 3년이 넘어간다. 

마음만 먹고, 실천을 하지 못한 시간을 빼고는 재작년 겨울쯤부터 준비를 했었다. 아이를 케어하며 집안일을 해가며 거기에 종종 알바까지 하면서 집안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며 온전히 시험을 준비할 수 없는 날들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모든것이 다 핑계였고, 변명이었고, 해내지 못한 결과에 대한 합리화에 불과했다.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고, 열정적일 수 없었고, 간절하지 않았던 마음 탓이라고 돌리며 한 번 더 도전을 해 보기로 결심을 하고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해보자 다짐까지 더해본다. 

농산물품질관리사라는 자격 시험장엔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연령층도 직업군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년도 올해도 시험장을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내 나이가 사실 무언가를 새롭게 도전하기에는 너무 늦은것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기우였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았고, 두꺼운 안경과 느릿한 움직임에도 눈빛은 어느 누구보다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더 봐야할 것들을 적은 노트며 시험에 임하는 자세도 달랐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120분이 주어진 시간에 한시간 남짓이면 답안지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서며 홀가분한 표정이었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지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더 없이 진지하고 또 진중하셨다. 

연륜이라는 것이 새삼 이렇게도 느껴지는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공부를 하고, 아이를 챙기고 시간을 보내느라 글쓰기에 전혀 손을 댈 수 없었다.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네 과목 중 어느 한가지도 완벽하게 공부를 하지 못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조금 있으면 100일간의 글쓰기도 끝나고 그렇게 봄도 지나갈텐데 이를 어쩌면 좋담. 


이렇게 생각하니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맥이 빠진다. 

100일이 지나서도 글을 계속 써가면 될 테지만 약속이 어긋난다고 생각하니 함께 한 분들께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구구절절 적어본다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12시가 되어가는 시간에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싶어 호박팥차를 마시며 상념에 잠겼다. 

오늘 아침 등교길에 아이가 갑자기 자기가 중학생이 되면 엄마는 몇살이 되냐고 묻는 것이다. 

그렇게 질문을 받고 생각하니 그 나이쯤엔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졌다. 


돌아오는 계절 속에 또 봄은 오겠지만, 지나가는 나이에 어떤 모습이 담겨서 지나갈지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남지 않는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 만큼 요즘은 더 바랄것이 없어진다. 

매 시간마다, 매 순간마다 후회하지않고 아쉬워하지않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일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려운 일임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별 탈없이, 별 일없이 지나간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날들인지.

내가 정말 힘든 순간에, 내가 정말 아픈 순간에 많은 인간관계나 넓은 오지랖은 소용이 없다. 

인생은 정말 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한 두사람만 붇잡고 가는 것이다. 피를 나눈 부모도 형제지간도 각자의 어려움 앞에서는 등 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는 그랬다. 

아무 설명 없이도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 몇만 있어도 살아볼 만 하다. 


봄비가 내리고, 날씨가 스산해지고 바람이 세게 불고나니 예쁘던 꽃들이 안녕을 한다. 

짧지만 굵게 그렇게 존재를 알리고 내년에 또 보자고 인사를 하듯, 올 해가 아니면 내년도 있으니 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보자 생각한다. 


봄을 보내듯, 아쉬움을 보내며. 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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