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일
epi 2. 교사의 눈 2
교사의 눈 2
"그건 내년이 돼봐야 알죠.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원에도 안 가고
집에 가서 마음껏 놀 수 있잖아요
아이는 자신의 미션 수행에 대한 아쉬움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토요일이라 좋다고 한다.
과거의 후회나 아쉬움보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찾는 그 아이의 모습에서 부끄러웠다.
2부 대회가 시작되고 실격으로 20분 만에 밖으로 나온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길가에서 바라본 바로 그 으리으리한 집의 옆집이리라...
그러니 15만 원이나 하는 비싼 과학상자를 사줬으리라 짐자했던 나의 기대는 스르륵...
어디론가 가버리는 순간!
아이가 무거울까 봐 짐을 가지고 같이 집으로 향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이는 방향을 바꾸어 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가 집이야?'
아주 작은 녹슨 철문을 열고 아이의 손바닥으로 겨우 가릴 만한 현관에 어지러이 놓인 신발 틈 사이로
자신의 신발을 놓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에서는 아이의 아버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과학상자를 손에 들고 대문 겨곁에 붙박여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러닝셔츠 차림에 대낮부터 얼큰한 게 취한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잔뜩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 앞에 나섰다. 그의 모습은 정상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어딘지 어눌하고 불편해 보이는 몸짓으로 내 손에 들린 과학상자를 받아 들고
정말 한껏 있는 힘 껏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했다.
내가 있으면 더 불편해질까 봐 아니 사실은 내가 거기 있는 것 조차 불편하여 황급히 돌아나왔다.
그리곤 내 차에 앉아 한동안 멍~해 졌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칠 걸...' 아이의 형편에 과학상자를 구입하는 것조차 무리였다.
파지를 주우며 생활하는 할머니와
대낮에도 취한 채 서성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 아이의 손바닥으로 다 가릴 수 있는 좁은 현관을 가진
그 집에서 사는 그 아이는 참... 밝고 긍정적이었다.
3학년이라 여길 수 없는 사고력과 품위를 지녔으며 무엇보다 그는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 아이에게 나는 참으로 몹쓸 짓을 했다.
그 아이가 대회에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그는 그 기회를 그저 삶의 '해프닝'으로만 여기고 살아갈 테니까... 말이다.
요새 교사 관찰 추천제라는 제도가 뜨고 있다.
그 취지는 기존의 영재 아들은 만들어진 영재 아들이다.
아이의 정확한 관찰을 통해 소외 계층의 아이들도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도 모두 끌어내어
그들의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제도이다.
나는 그 아이를 영재라 생각한다. 영재의 의미인 '평균 이상의 지능, 창의성, 과제집착력' 그리고 리더십
밝고 긍정적인 마음... 그러나 그의 환경은 그가 영재인지 판단조차 할 수 없으며
설사 영재인지 알더라도 그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그 아이를 서포트할 수 조차 없다.
그 현실이 서글프고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