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존재
epi 3. 나무 이야기
나무 이야기
나의 '옮겨짐'에 감사한다고
작은 풀 한 포기가 있었어요.
그 이름 모를 풀은 따가운 햇빛도 막아주고 강한 비바람도 막아주는
커~다란 나무가 갖고 싶었어요
어느 날 그 아이는 정말 큰 나무를 만났어요
그 나무 밑에서 정말 행복했죠
내가 잘 자라고 있는지 항상 지켜봐 주면서 나를 키워주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 아이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낯선 나무 밑으로 옮겨지게 되었어요
그 아이는 생각했죠
낯설지만 이 나무도 전의 그 큰 나무처럼 나를 감싸주겠지
그러나 새로 온 나무 밑은 전과는 너무나도 달랐어요
비가 오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고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휩쓸려 온 몸이 쑤시고 아프고
햇빛은 너무 따가워서 자꾸만 움츠려 들게 만들었죠
또, 그 나무 밑에 있는 다른 풀들이 점차 작은 나무가 되더니 그 작지 작은 풀을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내게 항상 날아와 향기를 더해주었던 나비도 꿀벌 친구도
모두 그 작은 나무들이 쫓아버리고 자신에게 더 향기로운 꿀을 발라 자기 주변에 머무르게 했어요
그 작은 아이는 너무나 외로웠답니다
그리고 매일 매일
예전에 큰 나무 밑에서 생활하던 때를 그리워했어요
밤이 되면 다시는 눈뜨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날이 계속되었어요
마침내 그 나무는 병에 걸리고 말았지요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워지기 시작했어요
힘겨운 날들이 계속되었어요
마치 이런 날들이 영원할 것 같았죠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에게 가끔 찾아와 놀아주는 풍뎅이가 생겼어요
그 풍뎅이는 자기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또 그 아이의 이야기도 들어주었지요
풍뎅이 친구들도 데려와서 그 아이 곁에서 재잘재잘 즐거운 기분을 같이 나누도록 했어요
세월이 흘러 어느 덧 그 작은 풀도 나무가 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뿌리를 더 깊게 내려 영양분을 빨아 들이고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던 햇빛도 이제는 충분히 즐길 줄 알게 되었어요
주변에 있던 작은 나무들에 견줄 수 있는 나무로 어느 덧 성장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나무 곁에 새로운 친구들도 더 많이 생겼고요
나무는 지난날을 돌아보면 생각했어요
만약 내가 예전의 그 큰 나무 밑에서 계속 살았다면
나는 여전히 '풀'이었을지 모른다고
그 나무는 너무 커서 내가 풀이든 나무이든 나를 언제나 감싸주었을 거라고
그러나 작고 볼품없는 나무들 틈에 살던
아무것도 그 작은 풀을 보호해 줄 수 없었던 곳에서
그 '풀'은 마침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고
그래서 '나무'가 될 수 있었다고
그 '나무'는 이제 이렇게 생각해요
쭉쭉 뻗어서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야지
뿌리는 더 깊게 내리고
줄기는 더 넓게 뻗고
잎사귀는 푸르게 가꾸어서
햇빛이든 바람이든
모두 모두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더불어 내 밑에서
내 곁에서 자라고 있는
풀과 작은 나무들과
나비와 꿀벌과 풍뎅이들에게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쉼터가 되겠다고
그 나무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