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앞이 뿌옇더니 잘 보이질 않는다. 갑자기 그러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안과에 갔더니 한참 동안 검사를 한 후 백내장이라며, 렌즈를 넣는 수술을 권한다. 수술이 싫어서 하지 않고 지냈다. 무척 불편하고 마음까지 우울해진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도 눈은 여전히 뿌옇고, 그동안 눈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칠십 년 가까이 수많은 것을 보며 살았으니, 이제는 보기 싫은 모습도 적당히 눈감고 보라는 하나님의 계시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늘 아침,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눈을 감고있으면햇살과 풀꽃들이 속살거리고, 바람이 불고 봄이 오는 소리가들린다.
심지어 땅속에서 꽃과 나무들이 움트는 생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창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는더욱 경쾌하다. 눈을 감고 있는 세상이 눈을 뜨고 바라보는 세상보다, 때로는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