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익숙해지기 어려운 그 일!
지난해 12월, 나의 딸 지우는 두돌을 맞았다.
이녀석 언제 이만큼이나 컸지? 싶을만큼 아이는 하루 하루가 다르게 커나간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만큼 하루도 빠르다.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눈 깜짝할새 지나가버린다. 가끔은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기분인데 저 혼자만 훌쩍 가버리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다.
반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2년이라고 생각될 만큼 육아를 시작한지 참 오래되었다 싶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다. 지우를 낳기 전의 내가 까마득하게 아스라히 느껴질 정도다. 해가 두 번이나 바뀔만큼 제법 긴 시간이 흘렀으면 이제 익숙해질만도, 어느 정도 노련미를 갖추게 될만도 하련만… 여전히 육아는 고되고 엄마로 살아가는 것은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기쁨과 고통의 연속이다.
포근했던 엄마의 자궁에서 벗어나 이 세상과 마주한 지우 역시 먹고, 자고, 놀고, 걷고, 뛰고... 즐거움과 아픔을 느끼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온갖 것을 처음 도전하고 성장해오고 있다. 그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고 깊어 그토록 예민하고 많은 울음과 투정을 보였으리라.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서…
물론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서 지우만큼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고, 고민했고, 좌절했고, 화가났고, 막막함을 느꼈다. 엄마의 민낯이 이렇다는 사실을 왜 내가 직접 겪어 보기 이전에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던 건지... 세상을 향해 작은 분노를 던져보기도 했고 어린나이에 나보다 앞서 더 힘들게 육아를 했을 친구들에게 작은 마음조차 써주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우가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주는 기쁨의 크기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이의 미소는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하는 마력이 있다. 이제 막 말을 배우며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의 귀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로 감동적이다.
문득 이 의미있는 시간들이 그냥 흩어져 버리는게 아쉬워졌다. 물론 사진으로 찰나의 순간을 남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년 남짓 육아를 하면서 지나온 시간 속에서 그리고 하루하루 지우와 함께 보내는 앞으로의 시간 안에서 느끼는 작은 단상들을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육아일기 보다는 엄마 일상 에세이쯤이 될까..? 아이의 성장 모습보다는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면을 알게되었는지, 내 인생의 결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생각들을 갖게 되었는지 남겨두는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언젠가 지우도 커서 엄마가 되겠지… 그 시절에 지우가 이 글들을 읽을 수 있기를. 육아 앞에 힘들어 좌절하고 눈물이 날 때 자그마한 위로와 공감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