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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재물과 미혼여성 신용불량자

by 시간 끝에서 온 빛

이번생에 내가 넘어야 할 과제는 재물에 관한 것과 남자에 관한 것이다. 그걸 네가 어찌 아냐고? 그게 지금 내 인생 통틀어서 주기적으로 자주 크게 일어났던 문제들이니까 말이다. 나는 1억 사기를 얼마 전에 당했다. 내가 모은 돈과 대출까지 받아서 도합 1억.


어쩜 그런 사기를 당하냐고 바보처럼 보는 답답하게 보는 불쌍하게 보는 나의 가족들과 앞으로 내 이야기를 들으면 멍청하네?라고 입으로 내뱉거나 내뱉지 않아도 미세한 얼굴표정과 몸짓을 통해 마음속으로 내게 멍청하고 답답하고 불쌍하다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게 내 눈에는 훤히 보여서 나를 상처 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내 미래에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다. 혹은 내 이야기를 스스로 수치스럽게 여겨서 평생 비밀처럼 감추다가 마음속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내 미래라거나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바보라고 내가 죽고 나서도 내 욕을 할 것만 같은 지옥 속에서 살아있는 나 자신이 있을 것 같아 두려웠다.


난 한때 내가 많은 이들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대상인 그런 '결혼감'이 될 줄 알았는데 하루아침에 남들이 걸려들 것 같지도 않은 사기에 걸려들어서 신용불량자의 신분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난 내가 생각해도 결혼감으로 훌륭했다. 헌신적이고 연애할 때는 취미가 남자친구한테 맛있는 것을 직접 만들어서 먹이고 요리하고 베이킹하는 게 행복했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으며 내 남자의 지인들에게도 점수 따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잘 웃고 싹싹하니까. 나는 헌신적인 좋은 결혼감이었다. 직장도 제대로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사회적으로도 내 남자한테도 호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헌신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된 호구새끼=나

이 성향이 그렇다고 해서 바뀌지도 않을 것 같다. 이 호구 같은 성격은 이번생에 내게 배정된 그런 성격이니까 말이다.

잘 바뀌지도 않는다. 좀 이 정도로 정신 흔들 일이 생기면 흑화 돼서 세련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세련된 특성은 발현되지 않았다.


신용불량자가 웬 말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웃긴다. 나랑 진짜 안 어울리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뭐 이것도 내가 내게 씌워놓은 편견인 건가 싶고 이런 편견은 필요 없었는데 강제로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내가 신용불량자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글을 지금 읽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고통스러워서 실성한 것으로 ㅋㅋㅋ를 난발하며 자조적으로 나 자신을 비웃는 거라고 오해할 테지만 그건 오해다. 그런 단계는 이제 지났다.(얼마 전에는 진짜로 실성을 했었다는 뜻)

진심으로 나는 마음을 추스른 후에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에 박장대소를 터트린 적이 있다. 너무도 드라마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랑 헤어지자마자 내가 생뚱맞은 사람한테 돈을 빼앗긴 상황도 전 남자 친구는 내가 가장 힘들 때 새로운 여자친구가 금방 생긴 것도 전부 드라마 같았다.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유는 그가 아는 여자지인들 다수와 술을 마시고는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새벽 2시에 만취해서 찾아왔고 현관문 앞에서 안 들여보내주면 소리 지를 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못 이겨서 안으로 들여서 있다가 그는 현관에 침을 뱉었다. 화가 났던 나는 닦으라고 정색을 했지만 그 말에 화가 난 그는 내게 손을 올렸고 손버릇이 나쁜 어른인 것을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보이지 않는 곳만 때려서 온몸에 멍이 들었다. 물론 나도 개 패듯이 패서 그의 몸에도 멍이 들었지만 남녀의 체격차이로 인해 내가 그를 덜 팼다는 생각에 억울하다는 생각도 잠시 뒤로하고 사랑했던 사람들끼리 몸싸움은 유쾌하지 않았기에 우울해졌다.

아마 나는 어떤 생에서 자기 여자친구랑 몸싸움을 했던 한심한 남자였으리라. 이유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 물론 데이트폭력 남자 친구를 경찰이 데리고 갔다. 고소를 한건 아니었고. 나는 데이트폭력 이별 그 뒤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다. 이렇게 피폐해져 있을 때에 나는 거액 사기를 당한 것이다. 이걸 또 전 남자 친구 탓을 하고 싶어 하는 유혹을 잠시 느꼈지만 전적으로 내 탓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당장 어려워도 다 내 탓이어야 책임은 내게 있다는 것을 다 알아야 해결점을 결국은 찾아낼 것이다.


사기 내용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수치스러움이 남아서 아직도 내가 바보 같아서 말이다. 내가 바보 같음을 누군가 지켜본다는 것이 두렵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내가 만약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을 눈감아주고 넘겼다면 다시 행복하게 사귀고서 그렇게까지는 정신적으로 안 피폐 해져서 피폐해지지 않은 맑은 정신상태로 사기에도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한 후회에 잠기기도 했다.

이 시나리오는 정말 진부한데 다들 빠져서 보는 그런 진부한 드라마. 드라마틱한걸 내가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내가 힘든 걸 바라진 않았다고! 하며 내가 바라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아이러니해 보여도 다 내가 원했던 일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왕자님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나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바라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점을 나는 기억해내야 했다. 내가 지어낸 일이란 것을.


내 수천번의 삶 중에서는 분명 내가 돈을 들고튄 악인의 삶도 살아본 적이 있을 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악인의 삶을 살던 때에 절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삶에서는 나는 직장에서 소리 버럭버럭 지르며 누군가를 화장실에서 울게 했던 삶도 있었던 것이다. 내 돈을 들고튀던 사기전문가가 내게 했던 마지막 말은 이제 좋은 일만 생길 거라던 그리고 내게 행복한 일만 있을 거라고 하며 그렇게 나를 떠났다.


돈을 누군가가 뺏어가면 나는 죽어야 하는가?라는 이상한 근거 없는 미친 생각에 나는 동의를 두 시간정도 했던 적이 있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2 시간 했다.

자살을 하기 위해서 연탄과 토치를 샀다.


자살을 하면 지옥 간다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는데 정확히는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 이번생에서의 카르마를 다 해소하지 못했으므로 자살하면 다시 같은 상황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마음 안에서 죄악감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인간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죄책감이 너무 나를 짓눌러서 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한다.


자살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상실감과 상처를 주었으니 자살해도 마땅하지 않을까 하며 그렇게 그땐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죽으려 했던 모양이다. 백종원 선생님께서 그 많은 빚을 감당 못하시고 돌아가셨다면 나는 전 남자친구랑 이태원에서 카이막은 못 먹었다. 그렇지 않은가? 카이막은 백종원 선생님께서 유행시켰다.


난 결국 죽기 전에 엄마가 보고 싶어 져서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고 엄마는 헐레벌떡 내게 찾아와서 나를 살렸다.

엄마는 나를 본가에 데려갔고 나는 그날 괴로워서 계속 엄마한테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엄마 힘들어... 괴로워..."를 반복하며 말했다. 마음이 힘든 것은 몸이 힘든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몸의 상태가 마음의 상태이고 마음의 상태가 몸의 상태이다. 그날밤은 온몸이 다 아프고 타들어간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몸소 느꼈다. 모든 병이 마음의 병이라는 말을 그날 이해했다. 마음이랑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노화 암 허리디스크 어깨결림 온몸의 통증 사지절단 모두 마음과 관련된다. 이상하게 들려도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메시지다. 내겐 용서할 수 없는 일이 크게 크게 크게 일어났으니 용서를 해내야 했다. 이걸 난 어떻게 용서를 해내야 했을까?


누군가 내게 사기를 친 기억이 괴로웠다. 돈을 잃은 기억이 괴로웠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이 괴로웠다. 자살을 생각하는 순간에도 자살 뒤에 슬퍼할 엄마를 생각하니 괴로웠다. 그리고 그때 가장 생각이 많이 났던 인물은 내가 절교를 선언했던 친구가 생각이 났다. 내 마음속 죄책감으로 자리 잡은 그 친구말이다. 그리고 새벽 2시에 찾아와 난동을 피운 사랑 했지만 경찰에 연행된 내 전 남자친구도 생각이 났다.

이상하게 가장 힘든 순간에 엄마도 생각났지만 그렇지만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그 두 명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빠도 생각이 났다. 아빠는 나보다 빚이 많을 텐데 하며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났다. 그동안 아빠를 미워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내가 읽는 책들은 모두 엄마가 추천해 준 책들인데 그날밤의 내가 용서를 할 수 있도록 엄마가 내게 알려주었다. 실성의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웬만한 정신병은 이것으로 괜찮아진다. 그게 나를 살렸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용서는 어렵지만 자주 반복하면 익숙해진다. 말은 아무런 소용이 없고 경험과 체험만이 소용 있다. 용서는 실천하는 것이 다 이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우주가 사라지다의 저자인 개리 알 레너드의 용서방법이다.


용서의 3단계가 있다. 복잡해 보여도 방법이 효과가 있으니

용서할 일이 생겨나면 자주 실천해 보길 바란다.


ㅡ 1단계 ㅡ

1.ego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알아챈다

2.ego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하고
ego에서 성령(holy spirit)으로 바꾼다
《그것이 성스러운 순간이다》

3. 죄가 있는 것처럼 보고 있는 대상은 나 자신 대신 그 사람들이나 상황(대상) 속에 죄를 보고 있고 싶기 때문이라고 알아챌 수 있다. (내게 사기를 쳤던 사람 내가 돈을 잃었던 상황 나를 때렸던 남자친구 그 남자친구를 경찰에 연행하게 했던 그 죄책감들 등등)

4. 그리고 그것을 취소하기 위하여
《 투영을 역전》시키고
이 죄는 그 사람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고 알아챈다.

5. 그러나 사실은 내 안에 죄가 있는 게 아니다
왜냐면 죄악감의 모두(전개념)는
죄악감을 실재시키기 위해 ego가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ㅡ 2단계 ㅡ

1.ego가 모두를 만들었기 때문에 보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고 알아채는 것이다.

2. 시공의 우주 따위 없다. 있는 것은 그 투영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시공의 우주의 희생자가 아니다.

( 내가 《희생자》라고 생각하면 아무 힘을 못 쓴다.
《원인》으로 존재한다면 충분한 힘이 있다. )

ㅡ 3단계 ㅡ

1. 그 사건에 대해 마음을 바꾼다.

2. 몸을 간과하여 스피릿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을 선택한다.

3.ego가 보고 있는 것을 실재화시키는 것을 그만하여 베일의 건너편의 《진실》을 본다.

4. 하나님은 모든 곳에 있으니 어딜 보더라도 죄는 없다.
나 자신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죄가 없다.

5. 모두가 평화 속에서 성령으로
해방된다.



이는 죽어가던 나를 살리려던 엄마가 정리한 개리의 용서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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