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간 끝에서 온 빛 Oct 11. 2023
내 마음안에는 수만개의 문이 있다.
문을 열기가 두려울 정도로 문너머에 어마어마한 것들이 들어있을 것 같다. 열기전까지 난 두려워서 심장 졸이고 졸인다. 초조하다. 그 두려움에 잡아먹혀서 내가 괴물과 두려움 그 자체가 되어간다. 문을 연다면 괴물이 튀어나와서 나를 잡아먹을 것 같다. 열어보니 그 문너머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문을 열때마다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잊는 주사를 맞은 상태이다. 이 주사의 약효는 문을 열때마다 강도가 느슨해지다가도 강해지고 강해지다가도 느슨해진다. 주사의 효과는 아주 변덕스럽다. 그리하여 방문 하나를 열때마다 별거없네?하고 용기를 얻었지만 그것을 잊어버리고는 다시 난 다음 방문을 열때까지 두려워하고 두려워한다. 이제 하나도 빠짐없이 다 열어제껴버릴 것이다. 모든 방문을 열어버리고 모든 두려움의 근거를 없애버릴 것이다.
사랑의 반댓말은 공포라고한다. 허나 이 두개를 모두 다 안아버릴 것이다. 완벽한 사랑에 대립쌍이 존재할 것인가? 공포를 안아서 녹여버릴 완벽한 사랑 그것 이상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