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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Jan 09. 2016

인생이 전쟁이다

꼭 엄마가 아니어도


무슨 호강을 하겠다고  이 고생을 하냐 싶은 한 주가 흘렀다. 착즙되는 느낌으로 저 안에 비축한 힘을 다 끌어다 쓰고서야 마무리되고 끝났다.


금요일 저녁 ★응답하라 1988★(어느 새 극 중 시간이1994년까지 온) 에서 나오는 음악에 마음을 다독 다독하다 하루를 넘기는 중이다.


10주년 된 tvN은 10년 넘게 직장인으로 사는 나보다 훨씬 멋져서 부러웠다. 응팔 속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광고로 튀어나오는 것을 보니 "돈은 얼마라도 상관없으니" 제대로 눈에 띄고 싶은 광고주들의 맘을 제대로 사로 잡았구나 생각했다.


 빈폴의 이국적인 자전거, 눈 부신 거울반사와 함께 마음 속 들어온 자전거 탄 여인 세월이 지나도 고급스러운 표현은 반짝 반짝 빛난다.



이번 주에는 원래도 감사하지만 특별히 감사한 분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실감한 한 주였다.


새해 첫 출근을 앞 두고 있던 일요일, 아이가 연휴 동안 이 곳 저 곳 다니다 얻은 병이 활동을 시작했다. 열도 안 내리고 힘도 없어서 월요일은 맘 오전 휴가/대디 오후 휴가를 긴급히 내고 곁에 있었지만 문제는 병균이 한 주는 내내 갈 것 같이 묵직했다. 야간 돌봄 선생님께 급히 SOS해서 풀 근무를 부탁 드렸다. 아픈 아이를 간호하는 건 몇 배나 더 힘들다. 머리까지 아프다는 아이, 곁에 있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 염치없지만 선생님께 하루 더 요청 드렸다.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40도를 육박했던 몸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우셔서 아플 때 조치 방법이 머릿 속에 딱 있는 전문가 선배님이시라 마음 불안함 없이 회사 일을 할 수 있었다. 맘이 불편하면 일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이도 저도 제대로 못한다.


당연히 부모가 돌봐야할 긴급 상황이 맞지만, 이렇게 다른 일정이 여의치 않으면 초초초난감이다. 따뜻한 이웃이 사는 지역사회의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계속 늦게까지 앉아 있다가 그나마 금요일이라 조금 일찍 퇴근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딸기 2팩(1팩은 돌봄 선생님꺼)과 케익을 골랐다. 돌봄 선생님이 학습지에 나온 시계 보는 법을 아이에게 알려주신다. 작년부터 이렇게 도와주셔서 매 순간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던거다.


선생님이 집에 가실 때 혼자 배웅하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케익을 드렸다. 아이가 보면 자기 것인 줄 알까봐 혹은 우리가 먹을 게 없어서 서운할까봐 무슨 작전하듯이 비밀스럽게 드렸는데 다행히 안 들키는데 성공했다. 아이가 자기도 궁금하다고 나오려는 걸 잘 둘러댔다.


한 주간 힘든 기억은 날아가고 감사한 마음이 남아서 이 새벽 시간에 끄적끄적하고 있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그렇게 전쟁같은 한 주를 흘려 보내고 있다.


이틀 전부터 아이 아빠가 몸살이라 라운드2인데, 약 먹고 일하고, 힘들면 영양주사를 맞겠다고 한다. 이게 직장인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자식을 키우는 흔한 사람들의 하루 하루다.


 



간장게장을 담았는데 보라 아빠는 '게 다리'를 입안에 한 가득 넣고 먹으면서 맛있다고 하고, 고시원에서 간단히 컵라면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보라는 동생 덕선이가 가져다 준 '게 몸통'을 맛있게 먹는다.


오늘도 응팔보면서 안 울 수가 없었던 것. 사랑 이별도 슬픈데 확실히 부모자녀 간 이야기는 그 것을 초월하는 감정선이 있다. 이번 주에 하필 엄마 전화가 내가 가장 힘들다고 느낀 시간(4호선 고장나서 퇴근 길이 아득했던 날)에 와서 안 착하게 말하고 끊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어디 눈치 안 보고 투정부릴 곳이 이 나이가 되도 오직 엄마 뿐이다. 주말엔 드시고 싶다던 고기나 사 드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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